우리 동네 카페 플레인 하우스

3월 1일 3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by 로사 권민희

강의도 없고, 코스도 없는 요즘. 미뤄둔 글쓰기를 하러 매일 카페에 나오고 있다. 반경 500미터 내외의 카페 가가와 플레인 하우스가 주요 출몰 처. 어제는 키리에 커피에도 좀 앉아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은 앉아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도무지 마침표가 찍어지지 않았다. 내용도 산만 그 자체. 세 번째 날이 되니까 조금 생각과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더라. 작심삼일은 위대하다.


봄을 맞아 냉장고를 비우고 있는 요즘, 여러 마리 사두었다가 냉동실에 넣어둔 새끼 가자미 세 마리를 꺼냈다. 너무 두껍지 않게 무를 먹기 좋게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가자미를 넣고 은행과 도라지 가루, 들깻가루, 양파를 단순하게 넣고 약간의 소금과 고춧가루, 들기름을 넣은 후 물을 자작하게 부어 한소끔 푹 끓인 후 약한 불에 오래오래 익혀 조림을 만들었다.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요리를 하면 감사함이 충만해진다. 뜨거운 김을 내는 무가 뿜어내는 달콤함과 작은 몸통에서 하얗게 발라지는 가자미의 부드러운 살이 입에서 사르르. 여기가 극락이구나 싶었다. 2월의 마지막 날. 그러고 보니 29일. 4년에 한 번 온다는 날이다. 덕분에 올해는 366일 뭔가 하루를 더 이득 본 것 같은 기분에 감사해진다.


하지만 오늘 새벽잠에서 깨었을 때 느껴지는 비릿 짭짜름한 조림의 향기. 어제 두 번이나 촛불을 켜 두었건만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어제는 익숙했지만 새 날이 되자 새롭게 다가오는 생선의 날카로운 흔적. 많은 자취러들이 그것이 두려워 집에서 생선을 좀처럼 해 먹지 않게 되지 않던가. 덕분에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현미밥에다 다시 한번 남은 생선을 서둘러 먹었다.


아침 내내 요즘 빠져있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운동을 좀 했다. 11시경 노트북을 들고 집 밖을 나왔는데 인근 교회의 현수막이 보였다. 3월 8일까지는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며 지역 사회의 건강을 기원하는 글이었다. 일부 대형교회의 예배 강행 뉴스를 보고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그 마음이 스륵 풀렸다. 고마운 일이다.

11시 20분경 도착한 카페 플레인 하우스의 사장님은 12시에 오픈을 한다고 하며 문을 활짝 열고 환기 중이었다. 그래서 그럼 이따 올게요. 했더니 주문은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으시면 앉으시라고 한다. 이 분 썩 친절하거나 붙임성이 좋은 것은 아닌데 다정하다. 이 공간에 있는 식물들도 그런 다정함을 담고 있다. 나는 이런 표정 없는 다정함에 끌린다.

여기서 레몬차 마시면 다른데가서 퉤퉤하게 됨

이 집에서 주로 먹는 메뉴는 꿀 레몬차인데 컵을 가득 채운 싱싱한 레몬향이 일품이다. 가끔 동네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면 너무 좋다. 강한 신맛이 목을 넘어가면서 식도를 세척해주는 기분이 든달까. 앉아서 책을 조금 읽다가 12시가 되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쓰기 시작하니 이것이 또 극락일세.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주고 차를 내어 주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사장님이 선물로 주신 일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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