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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창곡은 ____입니다

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글쓰기 프로젝트

by 로사 권민희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오늘의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주시고

노래도 불러보세요 :)



오늘 아침에는 제주 사는 J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언니의 애창곡은 뭔가 물었더니 비틀스의 Yesterday 하고 말했다. 언니는 물어보면 별로 고민이 없다. 참 명료한 사람이다. 함덕 바닷가에 함께 있을 때 언니 어릴 때 꿈은 뭐였는지 물었을 때는 고아원 원장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 속으로 감탄하면서 나는 왜 그런 멋진 꿈이 없었을까 비교하고 질투도 잠시 났다. 머뭇거림이 없는 언니의 답과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가 좋다.


노래방 가면 꼭 부르는 곡이라고 한다. 같이 가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좀 불러하며 지겨워한다는데 나랑은 아직 노래방을 안 가봤으니 우리 함께 불러봐야지 싶다. '나도 종종 부르는 노래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언젠가 언니가 기타로 연습하며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아 나는 요즘 노래는 잘 몰라'라는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물론 잘 부를 수 있다는 확신은 매우 적지만 BTS 노래를 많이 듣긴 한다. 그러나 애창곡은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 아닌가. 탁 떠오르는 노래들이 죄다 90년대 가요들이다. 90년대 가요는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


91년도 이승환의 텅 빈 마음을 들었을 때 재즈싱어 쳇 베이커와 비견할만한 심금을 울리는 감성이 있었다. 요즘처럼 연예인이 엄청난 사회적 파워를 가지기 전, '딴따라' 혹은 '날라리'로 비하되던 시기에 자신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문화계에 뛰어든 당시의 많은 청춘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불타는 청춘>이라는 타이틀로 끼를 펼치고 있나 보다.


노래방 문화가 엄청나게 밀려오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부터 노래방에 가기 시작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전에는 기껏 음악 시간 아니면 고무줄놀이 동요, TV 만화영화 주제가 함께 부르기, 운동회 응원가 같은 기회가 아니면 혼자서 노래를 즐겨 부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골목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던 문화가 노래를 부르는데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 당시 노래방에 들어서면 긴기나기리~ 같은 일본 노래부터 Wham! 같은 류의 팝송 한 두곡쯤 불러보고, 당시 유행가였던 트로트(ex. 몰래한 사랑, 밤비 내리는 영동교)나 발라드(이승환, 신승훈, 푸른 하늘, 공일오비 등등)를 신나게 불러젖혔는데 중학생 수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랑 노래들을 어찌나 진지하게 불렀던지. 요즘 아이돌 가수를 따라 하는 어린이들 보면서 동요를 부르지 않는다고 애들 답지 않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나도 그랬구나 싶다.


https://youtu.be/mYxRrmyaSLk

그때 짠내 나는 기억 중에 하나가 없는 용돈에 노래방에 가면 나오기가 아쉬웠던 우리들, 보너스 시간을 정말 귀하게 즐기다가 마지막 1분이 바꾸면 아주 긴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을 빛낸 백명의 위인이나, 공일오비의 이젠 안녕 같은 나름 러닝 타임이 긴 곡을 끝까지 부르고도 아쉬워하면서 나왔던 추억.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고등학교 이후부터 부른 노래들을 대부분 20대에도 다시 부르게 되는 애창곡이 되었다. 서태지, 박진영, 듀스 주옥같은 90년대여... 이후 고음불가이지만 성량이 좋은 나는 '자우림'의 노래들을 즐겨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방의 용도가 주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바뀌던(회식 이후 코스였던) 시절에는 자우림에다가 크라잉넛 말 달리자를 많이 불렀었지.


글을 적다 보니 나는 듣는 노래는 토이, 루시드폴 류를 좋아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신나게 내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이제 좀 조용한 노래들을 좀 불러보기 연습해야겠다.


실은 요즘 동요의 재발견을 하는 중인데 지난해 올해 아빠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동요도 애창곡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빠가 좋아했던 고향의 봄, 엄마랑 부른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노래들은 내가 나이 들어도 부르게 될 것 같다.


*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보는 친구와 함께하는 글쓰기 낭독 유튜브

https://youtu.be/pXTyPCWXZPs


동네 카페에서 손님없는 사이 녹음.

* 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구매링크

http://naver.me/5RTbdf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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