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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Oct 07. 2017

법륜스님과 노희경 작가의 만남

우먼센스 2006년 12월호 발췌

대담진행 및 기사 | 권민희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의 드라마를 통해 ‘가족애’ ‘희망’이라는 온기를 전해준 작가 노희경. 그녀가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이끄는 법륜 스님을 찾아가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11월 1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정토회관 2층 접견실에 노희경(40세) 작가가 먼저 나타났다. MBC 창사특집극 집필을 마치고 최근에는 공모 심사를 맡아 작품 평가서를 쓰고 있다며 근황을 전하는 얼굴이 핼쑥했다. 하지만 표정은 아이처럼 맑고 밝았다.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해오던 그녀가 흔쾌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전히 법륜 스님 덕분(?)이었다. 법륜 스님은 1988년 수행공동체인 정토회를 설립한 이래 평화, 인권, 통일 운동을 실천해왔으며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월드 인사’. 물론 그녀가 법륜 스님의 이런 ‘화려한 이력’에 끌린 것은 아니다. 노희경 작가에게 법륜 스님은 존경하는 스승이고 정신적 후원자이자 따뜻한 부모와도 같은 존재.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그녀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4년 전이었다.


# 관계,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 있다  


노희경 2002년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고독>이라는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했어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빴고 가족간의 관계도 풀리지 않는 상태였죠. 몹시 힘들었어요. 그해 연말, 1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을 내려다보는데 문득 집을 계약할까? 외제차를 살까? 별장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를 하고 그려온 드라마들도 그랬고 나 스스로도 물질과는 무관한 인간이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물질적인 것, 보이는 것에 집착이 생기는 거예요. 왜 이렇게 보이는 것으로 치장을 하려고 하지? ‘내가 좀 이상해졌구나’ 하며 같이 사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 좀 이상해’ 하면서 심리상담을 권하더라고요. ‘얘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나?’ 싶어 그 말에 더 화가 났죠. 


그녀는 선배 작가 이금림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씨로부터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때 법륜 스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 스님을 통해 정신적으로 흔들리던 노희경 작가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내 안에 있다’는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03년 1월부터 그녀는 매일 아침 108배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고, 달라진 시선으로 1년간 글을 썼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이 드라마는 2004년 방송가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며 연말 방송대상에서 작가상을 석권했다. 


노희경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큰 결정을 내릴 때 의논할 상대가 없었는데, 스님 덕분에 든든했어요. 처음에는 내 안에 끊임없이 스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계속 스님을 의심하는 부분이 있었죠(웃음). 나도 좋은 드라마 작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실제 나의 행동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스님을 쭉 지켜보면서 ‘어, 아니네. 말과 행동이 같을 수도 있네. 그럼 나는 왜 다른 거지?’ 그런 고민의 시간이 참 힘들었어요. 그때 스님이 하라는 대로 해봤어요. 108배도 하고 법문도 들었죠. 그러자 내 안에서 자신감과 긍정의 힘이 생겼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가족, 친구들과 화해할 수 있던 것도 내가 편안해졌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어디 가서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겨요. 전 스님께 참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너무 고맙죠. 그런데 스님은 저에 대해 잘 모르시죠?(웃음)


법륜 스님은 10분 넘게 이어진 노 작가의 이야기에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고갯짓으로 화답하며 귀를 기울이셨다. 스님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행복이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륜 스님 본인이 앞에 있는데 미안하지만 난 노희경씨를 잘 몰라요. 제가 뉴스 빼고는 TV를 거의 못 봐서 연예계, 스포츠, 문화, 예술 쪽은 전혀 몰라요. 노희경씨가 체구는 작아도 아주 유명한 방송작가라는 것은 들어서 아는데, 그 외는 모릅니다. 아마 <우먼센스> 독자들은 나보다 노희경씨가 궁금했을 텐데 이렇게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요.(웃음) 노 작가님 드라마를 나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미안해요. 


노희경 스님께서 내 작품을 보셨다면 그것도 이상해요.(웃음) 


법륜 스님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말씀하신 것 중에 마음하고 행동하고 일치가 안 된다는 부분이 공감이 가네요.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부처님이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하죠. 다만 그 간격이 얼마만큼 벌어졌느냐의 차이예요. 간격을 좁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말과 행동의 간격을 좁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말을 부풀리지 않고 솔직하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 행동의 부담이 적어집니다. 저는 비교적 솔직해지려고 해요. 너무 고상한 척 훌륭한 척하면 행동으로 실천하기 힘드니까 고상한 걸 버리고 자신을 낮춰버리면 자유로워집니다. 


노희경 주목받는 작가가 되면서 가족, 형제들 앞에서도 작가 노릇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서먹함이 생겼죠. 아버지에게 나는 아직도 어린 막내딸이요, 언니한테는 어릴 때 돈 천 원 달라던 ‘땡깡쟁이’ 동생이었을 텐데.(웃음) 저를 돌아보기 전엔 가족과 소통할 수 없었어요. 힘들었죠. 또 저를 좋게 안 봐주는 사람들하고 싸우거나 다투거나, 때때로 내 안의 나와 싸우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법륜 스님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스님은 좋겠네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스님이라고 절하고 보시하고 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인생을 살아보니까 이게 좋은 게 아니에요. 자신들은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스님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죠. 술을 먹어도 안 되고 고기를 먹어도 안 돼요. 자기는 부인을 두고도 딴 예쁜 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부인도 없는 스님은 여자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그건 스님이라고 높여주기 때문에 요구되는 높은 기준과 비판이에요. 하나를 얻는 대신 하나를 잃어야 하고, 이거 칭찬받는 대신 저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칭찬은 받고 싶고 비난은 받기 싫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되지요.  


# 돈·인기,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기 


노희경 작년엔가 작가들을 대상으로 법회가 있었어요. 한 작가가 ‘이 시대를 끌고 나가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쩌구 하면서 질문을 했어요. 정토회 대표 유수 스님께서 제게 물으시길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하냐’ ‘안 좋게 생각한다’ ‘그럼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냐’ ‘솔직히 사기꾼 같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그럼 노희경씨 눈에는 정치인도 별거 아니고, 스님도 별거 아니고 대통령도 별거 아닌데, 남들은 드라마 뭐로 볼 것 같으냐? 별거 하나도 없다. 별거 하나도 없는 걸 쓰는 작가들이 모여서 무슨 이 시대를 끌고 가느냐’며 호통을 치는 말씀에 충격을 받았어요. 저한테는 그게 큰 화두가 되었어요.


법륜 스님 남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대접해주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인기가 있으면 유명해서 좋지만 그걸 유지하는 부담을 져야 해요. 인기가 없을 때는 작품 쓰는 거 자체가 목적이지만 유명해질수록 부담이 생기잖아요. 처음에는 창의적으로 써서 유명해졌는데 그 다음에는 사람들에게 호응받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작품이 안 나오게 되는 일이 많잖아. 
유명한 야구선수를 상담한 적이 있어요. 인기가 쭉 올라갔다가 약간 내려오는 중인데 여기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면서 ‘은퇴해버릴까’ 생각하는 거예요. 연봉도 떨어지고 인기도 떨어지니까 못 견디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연봉을 도표로 그려 보여주었어요. 출발점에 비교해보면 지금도 엄청나게 연봉이 높잖아요. 은퇴할 필요가 있나요? 출발할 때만큼 내려온 뒤에 하라고 했지요. 인생을 길게 놓고 봐야 한단 말이에요.


노희경 작가 데뷔할 때는 내 드라마가 TV에 나오기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처음에 지하방에 살면서 글을 썼는데 그땐 지상으로만 올라가면 된다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집도 있고,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있지만 집의 외관을 고쳐볼까?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하나 이런 욕심이 생겨요. 버리려고 하면 너무 가진 게 많아 뭐부터 버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사 갈 때마다 버리고 버려도 다음에 또 이사 갈 때 보면 버릴 게 많아요. 버릴 게 많아서 화가 나요. 하루에 한 번씩 ‘내가 가진 게 많다’는 것만 깨달아도 인생이 행복해질 텐데…. 


법륜 스님 부유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요. 하지만 올라가는 것이 즐거움이듯이 내려오는 것을 괴로움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재미 삼아 해보세요. 속도를 조절하면서 재미로 하면 오히려 더 오래 즐길 수 있는데 내려갈 때 그게 싫어 발버둥 치니까 낭떠러지에 떨어진단 말이에요.


노희경 작가들은 개런티 흥정을 해요. 한 작품으로 뜨면 다음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상을 하죠. 전 스님 법문 듣고 너무 올라가면 내려올 거밖에 없겠다 싶어서 적게 올려요.(웃음) 그래서 저는 떨어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법륜 스님 일부러 안 올라갈 건 없어요. 올라가려고 기를 쓸 필요가 없을 뿐이죠. 저는 학생들한테 1등 하려고 공부하지 말라고 그래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죠. 그래서 결과가 1등 돼도 좋고, 5등 해도 괜찮다. 등수하고 관계없이 늘 실력을 키우고 삶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라. 그런데 1등 하기 위해서 공부하면 시험으로 끝나는 공부가 돼요. 결국 자기 인생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죠. 등수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요. 결과적으로 인기가 있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등수가 올라야 하고, 직급이 올라가야죠. 올라가는 것 자체에 목표를 두고 하면 안 돼요. 등수에 매달리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좋고 세상하고도 덜 시끄럽고 에너지도 훨씬 창조적으로 쓸 수 있지요.
 

# 어머니·부부, 서로 따뜻하게 지켜볼 줄 아는 사이


노희경 저희 어머니는 일자무식이셨지만 저한테는 누구보다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어머니를 떠올리면 냉(冷)하면서 따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냉함은 싸늘한 게 아니라 칼날 같은 지혜라고 할까요. 첫 월급을 타서 가져다 드리니 ‘주려고도 하지 말고 받으려고도 하지 마라’고 하시는 거예요. 얼핏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받지 않겠다는, 전적으로 저를 배려한 말인 거죠. 저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지만 형제들에게 많이 받아서 훈훈하던 기억이 많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형제를 도와줄 입장에 처하니까 그게 힘들었어요. 남들은 ‘희경이는 가족들을 도와줄 만큼 경제적인 능력도 되고, 인정도 받는구나’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넌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으니 훌쩍 떠날 수도 있어 자유롭겠구나”하는 부러움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제 내면은 많이 외로웠나 봐요. 내 인생이 잘못 가는 것 같고 극단적인 외로움에 빠졌어요. 
원인을 찾아보니까 화해하지 못한 가족에 있었어요. 아버지하고 근 40년간 연락을 끊다시피 하고 살았는데 화해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참 편해요.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부모·자식 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으로 너무 고통스러워해요. 그런 면에서 전 참 행복해요.  


데뷔 초부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가족, 사랑, 단절, 소외 등이 주요 테마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녀의 드라마가 밝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같은 가족 이야기를 그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한 사람인 엄마를 보내고 한때 가족을 싫어했다고 고백했다. 맘속에 어머니는 있었지만 가족은 없었고, 그저 원망의 대상일 뿐이었다고.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가장 컸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아버지를 모시고 오빠와 조카들, 그리고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소박한 2층 단독주택에서 아홉 식구가 함께. 


                                                                        

법륜 스님 요즘 자식 한둘 낳아 키우는 데 힘들다고 아우성이에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 자체가 인생이던 거예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 하는데 그건 단지 우리의 관점일 뿐 옳지 않습니다. 마치 노희경 작가에게는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그분들은 애들이 잘 성장하는 게 기쁨일 뿐 그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 키우는 걸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부모의 욕심 때문에 강요당하게 되니까 아이들이 저항하지요. 
우리 부모님들은 뭐 돼라 안 하셨어요. 단지 건강하게 자라라고만 하셨어요. 요즘 부모들 같으면 저도 이 길(출가) 못 왔겠지요. 요즘 부모는 뭐 돼라 정해놓고 아이를 키우잖아요. 노 작가나 나는 어머니께서 그렇게 가두어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아로 취급을 안 받았죠. 그때는 자식들도 많고 가난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부모님이 나를 통제 안 한 게 내게 큰 힘이 되었어요. 요즘은 뒷받침은 잘 해주는 반면에 아이가 부모의 노예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노희경 저는 학교 다닐 때 정학도 당하고 문제를 많이 일으켰어요. 부모님 말씀 정말 안 들었죠. 그래도 어머니는 무조건 저를 믿고 제 인생에 간섭을 안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생활 그만두고 작가 준비하면서도 그렇게 믿어준 엄마 때문에라도 게을리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엄마의 믿음, 내가 믿을 짓을 해서가 아니라 무조건 그냥 믿어주신 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성냥과 초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 목조건물에 불을 낸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불을 낸 친구 엄마가 너무 무서운 사람이라, 친구들이 ‘희경이 엄마가 순하다’며 저를 주범으로 지목하기로 했어요.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별 일 아니다’ 하시더니 선생님 앞에서 훈계를 듣다가 졸기까지 하시는 거예요. 별일로 받아들이면 큰일인데 아닌 걸로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오빠가 이혼하고 조카들이 저한테 왔는데 문제를 많이 일으켜요. 친구하고 싸우고 정학도 맞고. 아이들을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돼요. 요즘 조카들 문제를 마주하며 어머니 흉내를 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잘 안 되는 나를 보면서 어머니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저한테 그런 지혜로운 모델이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해요. 


법륜 스님 엊그제 불교방송국엘 갔는데 ‘남편을 불자로 만들고 싶어요’ 이런 질문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불자로 만들고 싶은 뜻은 좋은데 불자가 되고 안 되고는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라고 답해줬어요. 아내가 강요하면 헌법에 위배되잖아요. 내가 먼저 남편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서 ‘너 왜 그렇게 달라졌느냐’ 하면 ‘부처님 말씀 듣고 좋아졌다’ ‘어, 그럼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 이렇게 자발성에 기초해서 변화가 일어나야 해요.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남편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상대에게 사랑을 받고 싶으면 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아니에요.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데 그걸 강요하면 폭력이 돼요. 의견을 제안해보되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선택으로 남겨줘야 해요.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아요. 부모·자식 간이나 부부 사이는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간섭하기 쉬운데 절대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원수가 되기 쉬워요.        

          

[출처] 법륜스님과 노희경 작가와의 만남|작성자 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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