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손으로 읽는 시 15

by 로사 권민희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 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꽃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렸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언젠가는_권민희.jpg 가까이가기질문상자 글쓰기 함께하는 친구에게 보낸 시



#카카오프로젝트10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별에게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