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쪽으로 스러지다

손으로 읽는 시 53

by 로사 권민희

그대 쪽으로 스러지다

김율도



바람 불면 갈대는

바람을 등지고 쓰러진다

그대는 내 등 뒤에 있는데

바람 불지 않아도

나는 그대 쪽으로 쓰러진다

불빛이 환하면 불나비는

불쪽으로 스러진다

불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그대의 숨소리 하나만으로

나는 그대 쪽으로 스러진다

생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의미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심결에

새가 노을 속으로 스러지듯

그대 쪽으로 스러지고 싶다


202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