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왈츠

손으로 읽는 시 54

by 로사 권민희

달의 왈츠

박서영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고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넣는 당신의 입이 하픔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202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