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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Nov 04. 2020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감싸고 돌보고 있다

집 나가 며느리
우리 집에서 나의 엄마에 대한 포지셔닝이었다. 꽤 오랜 시간 친가의 프레임으로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많이 아팠을 거다. 20대 초반 그녀를 만나서 우리가 어우러지는데는 떨어져있던 만큼 즉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그 시간을 지나 그녀의 삶을 존중하고 그녀의 존재를 사랑한다. 이제 그녀가 편하다.


그녀를 통해 연결된 세 조카 중 막내가 발달장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다가 8살이 된 올해 추석무렵 처음 만났다. 잠시 식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그 아이가 강아지처럼 내게 달려와 뽀뽀를 했다. 부모들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행동은 처음이라고 했다. 낯가림이 무척 심한 아이라고 해서 멀찍이서 사랑만 뿅뿅 보냈을 뿐인데 받아준 거 같아 고마웠다. 모두가 놀라고 모두가 좋았다.


엄마 집에 갔더니 웬 인형 두 개가 랩으로 곱게 쌓여져 있다. 엄마 이게 뭐야? 했더니 옆집에서 줬는데 막내 주려고 먼지탈까봐 랩으로 싸두었단다. 엄마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있구나 싶다  올케언니에게 카토으로 사진을 보내줬다. 고구마 두 박스랑 그 집으로 가려고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남았다. 엄마의 사랑이 나눠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던 오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랩처럼 감싸고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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