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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Jul 28. 2021

부여에서 첫밤

여름휴가 일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82/clips/63


수요일에 논산으로 차를 몰고 내려가서 며칠을 날씨에 적응하느라 집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주말 종일 온라인 워크숍을 마치고 나니 새 에너지가 퐁퐁 솟아올라서 월요일 아침부터 흥이 폭발했다. 궁남지와 옥녀봉 투어를 하고도 기운이 펄펄. 아침저녁 SNS 포스팅이 과했다.


덕분에 화요일은 종일 퍼졌다. 오후가 되어 조금 기운을 차리고 반월 소바로 밥을 먹으러 나갔다. 서울에서 정원 사업을 하는 친구가 부여에 있다길래 이야기를 나누러 부여로 운전을 했다. 노을이 좋았던 저녁. 수북정에 도착했다. 운전한 지 1년 남짓 되어서, 이제서 달달 떨지 않고 후면 주차도 해보고 평행주차도 하는 운전 초보인데 드라이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스름 저녁의 부여는 또 처음.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아름다운 곳이로구나. 친구 덕에 이번에 처음 가본 수북정. 백마강변 위에 멋진 자태라니. 매력 넘치는 유산이다. 조선시대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데, 그곳의 두툼한 나무 마루를 밟으면 마음이 안정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슈퍼에서 시원한 물을 사서 자온 길 한 구석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꿈인가 싶게 시원하고 좋았다.


회사를 만들고, 경영하는 일. 자신의 그릇을 키워야 하는 여정임을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몇 년 새 무에서 많은 것을 창조해낸 친구의 요즘은 힘들지만 힘이 있게 느껴지고 존경스러웠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멋진 사람들로 둘러싸인 것인가?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차를 탔는데 부여에서 하룻밤 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숙소를 검색했고, 가장 첫 번째 등장하는 부여 정에 전화를 걸었다. 2층 침대 도미토리지만 한옥이라는데 끌려 찾아가 보겠노라했다.


그. 러. 나. 낯선 시골길에서 하마터면 굴러 떨어질 뻔한 위기를 모면하고서야 숙소로 입실. 평일인 데다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무도 없는 독채 공간을 누리는 호사. 창이 많아서 에어컨을 끄고 창을 열었더니 칠흑 같은 어둠과 풀벌레 소리가 기가 막힌다. 이곳은 극락. 아침 5시 눈이 반짝 떠지더라. 아침 내내 차차 확대되는 생명의 소리들을 들으며 명상하다가 잠시 오디오클립 녹음을 했다. 그저 스마트폰 마이크인데도 소리가 생생하다. (좋은 마이크가 아니어서 미안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8시쯤 테이블에 올려다 놓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고 물을 마시고,  브런치를 열어 끄적이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오늘 저녁 9시에는 생각태풍이 진행될 예정인데 새로운 멤버와 함께 여는 시간이 기대가 된다. 무엇을 하려는 생각, 불안함, 걱정, 슬픔 찾아오면 잘 맞이하고, 쉬고 걷고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는 최상의 여름휴가 일주일째. 이제 출발해 부여 박물관에 들렀다가 논산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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