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질문 : 만약 당신의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꼭 해야 할 다섯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05년 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오빠의 여명을 얘기했어. 살 날을 구획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지. 오빠는 진단을 받고 2개월 뒤 임종을 맞이해. 그때 나는 산속에서 기도대중 생활 중이었지. 딱 하루 스님께 허락을 받아 병원에 갔었어.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더니 달걀프라이를 먹고 싶다고 했지. 달걀프라이 10개쯤 해서 갔는데, 잘 먹지 못했어. 그 후로 10여 년쯤 나도 달걀 프라이를 입에 대지 못했지.
그때 몸이 좀 괜찮아지면 바다에 가자고 했어. 오빠랑 바닷가를 간 적은 어린 시절 이후 없었거든. 2022년 제주에서 6개월을 살며 바다에 갈 때 종종 오빠를 생각했어. 육신이 사라져도 기억하는 누군가 있다면 그 생명은 계속되는 거 같아. 나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선한 행동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생각했어.
2011년 새엄마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수술을 받고 의식이 없는 채로 4년을 병원에 누워 계셨어. 청력이 남아 있을 거라고 해서 자주 소리 내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했었어.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면 더 의도적으로 더 자주 그 말을 소리 내어 말할 거야.
2019년 5월 신촌의 대학병원에서 아빠의 여명을 3개월로 얘기를 했어. 마음이 무너지고 흘러내렸지. 그간 다양한 마음공부를 했던 덕에 그 마음을 일으키고, 일어난 일을 최상의 시간을 만드는 시간으로 삼았어. 5개월 간의 호스피스 라이프를 겪으며 아빠 삶의 다양한 인연들을 만났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과 유머를 건네었던 아빠의 모습이 선해. 매일 웃고, 다정하게 사람들을 대해야지 다시 다짐해.
일상을 소중히 돌보고,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고 담담히 하루를 채워가는 시간을 떠올려. 만약 오늘부터 6개월 후면 내년 2월이겠네. 한창 겨울일 것이고, 현재 회사에 입사 한지 갓 1년이 지났을 때야. 그때까지 몸을 잘 돌보며 회사에 다니거나, 업무 하기에 건강이 허락지 않으면 바닷가 마을에서 맨발로 많이 걷고 지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