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에 대하여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을 보실 때 무한 확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실 수 있으신가요?? 대부분 우리 전통건축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 전통건축은 무한 확장이 가능합니다. 단, 한쪽 방향으로.
우리 전통건축이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뼈대, 즉 나무로 건물을 세우는 구조를 간단하게나마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구조를 단순화시켜보면 초석 위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창방이라는 부재를 결구시키고 앞의 기둥과 뒤의 기둥에 대들보를 올립니다. 그리고 대들보와 직각 방향으로 도리를 올리고, 도리 위에 서까래를 놓음으로써 뼈대가 완성됩니다. 그 이후에는 지붕을 덮는 것으로 집이 완성이 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들보와 도리가 직각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도리 방향과 보 방향은 완전히 다른 성향을 나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옥의 방향을 말할 때는 가로, 세로가 아닌 도리 방향, 보 방향으로 설명하는 게 더 합당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건물의 전후면으로 경사진 지붕이라는 것입니다. 이건 맞배지붕뿐만 아니라 팔작지붕, 우진각지붕도 가운데 부분은 전후면으로 경사진 지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까래는 보 방향으로 걸리게 됩니다.
바로 이 보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경사진 지붕으로 인하여 보 방향으로의 확장이 제한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보 방향으로 확장이 되면 그만큼 대들보와 서까래 등 나무들이 길어져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커진 만큼 무거워진 지붕의 하중을 받기 위해 대들보와 서까래의 굵기도 굵어져야 하죠. 무엇보다 경사진 지붕이기 때문에 집이 커진 만큼 지붕은 더 높게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보 방향으로 확장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나무를 구하기도 어렵고, 지붕도 쓸데없이 커지기 때문에 확장에 제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2층 집처럼 대들보 위의 공간을 사용했다면 모르겠으나 우리 전통건축의 상부 공간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요.
위 도면은 경복궁의 안에 있는 두 건물을 비교한 것입니다. 하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행랑,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붕을 가지고 있는 건물 중에 하나인 경회루입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두 건물을 같은 스케일로 놓고 비교해 보면 지붕의 크기가 체감이 되실 겁니다. 두 건물을 비교해 보면 건물의 길이는 약 5.9배 길어졌는데, 지붕의 면적은 약 10.7배 정도 커졌습니다. 이렇듯 보 방향으로의 확장은 부재들이 길어지고 굵어지는 문제, 지붕이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 지붕 안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인해 확장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도리 방향은 다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기둥과 기둥 사이(대들보와 대들보 사이)에 있는 기둥, 보, 도리가 하나의 모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확장이 되면 하나의 모듈이 추가되는 것처럼 부재가 추가될 뿐이지 크기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레고처럼 같은 모양을 하나 더 붙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든지 추가하여 확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에서는 도리 방향도 어느 정도 길이가 되면 더 이상은 좌우로 건물을 늘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보 방향으로 확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리 방향으로 공간이 확장되는 것은 공간의 활용적인 측면에서 불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폭이 좁은 건물을 길게 사용하는 것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공간이 더 필요할 때는 오히려 집을 한채 더 지었습니다. 길게 하나를 사용하는 대신 짧게 여려 개를 사용한 것이지요. 이러한 특성을 채분화라고 하고, 우리 전통건축의 주요한 특징을 이루고 잇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에서 벗어나는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전통건축의 걸작품, 종묘 정전입니다. 종묘 정전은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궁궐에서 삼년상을 치른 다음에 그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입니다. 종묘는 조선이 창건한 다음 해에 바로 짓게 되는데, 최초의 정전은 7칸으로 짓고 태조의 4대 조상을 모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셔야 되는 신주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1546년(명종 1)에 4칸을 늘려 총 11칸의 규모가 되었고, 1726년(영조 2)에 다시 4칸을 늘려 총 15칸 규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836년(헌종 2) 마지막으로 4칸을 늘려 지금 남아있는 것과 같이 총 19칸이 되었습니다. 만약 조선시대가 계속 이어졌다고 하면 종묘는 더 길어질 수도 있었겠죠. 즉 종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신주를 모시는 건물이라는 특성에 따라 도리 방향으로 계속 확장을 했던 것입니다. 처음 7칸에서, 최종 19칸으로요. 그리고 그 확장은 무한하게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무한 확장을 보여줄 수 있는 예를 생각하다가 부여 롯데리조트의 회랑을 떠올렸습니다. 부여 롯데리조트 회랑은 주요 뼈대를 나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약간 곡선으로 만들 수 있어 조금씩 휜 나무를 가지고 건물 자체를 원형으로 지었습니다. 무한 확장이 될 수 있다는 정말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래는 부여 롯데리조트의 회랑 사진입니다.
최근 종묘 정전을 보고, 또다시 깊은 감명에 빠져 한참을 쳐다보다가 무한확장으로 생각이 옮겨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
김도경,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현암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