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10

나무

by Atticus


한옥은 소나무가 최고??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은 무조건 소나무로 지어야 하고, 소나무가 최고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건축은 다양한 수종으로 지어져 왔으며, 소나무가 주요 수종이 되는 것은 대략 고려시대 말에서부터 조선시대 초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전통건축의 뼈대가 되며 중요한 자재인 나무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전통건축은 초석을 놓고, 그 위에 나무로 뼈대를 만들며, 그 뼈대 위에 무거운 지붕을 올려놓아 집을 완성했습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나무는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였고, 가공하기도 좋았으며,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 또한 나무가 주된 구조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건축은 자연스럽게 나무가 주요 자재로 사용되었을 겁니다. 처음 움집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근대 시기에 새로운 재료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주 오랜 시간 우리 건축의 주요 자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우리 전통건축에 사용된 수종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는 참나무가 많이 사용되었고, 다양한 활엽수종이 건축 부재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에 대한 기록인 ⟪삼국사기⟫ 중 <옥사조>를 보면 '5두품, 4두품 이하는 느릅나무를 써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즉 느릅나무가 3두품 이상만 사용할 수 있는 고급진 건축자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로 오면서 참나무는 줄어들고 대신에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전통건축 중에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에 하나인 수덕사 대웅전(1308년), 부석사 무량수전(1376년 중수)은 모두 고려시대 건축물인데 이 두 건물의 기둥이 모두 느티나무입니다.


tempImageGxv37s.heic 수덕사 대웅전
tempImager6kix4.heic 느티나무로 기둥을 한 수덕사 대웅전


그리고 조선시대가 되면서 전・중기에는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소나무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로 오면서 소나무는 더 많이 쓰게 되어 건축부재의 대부분에 소나무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수종이 사용되었던 우리 전통건축에서, 조선시대 이후 소나무가 주요 수종으로 사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고려시대 말부터는 건축자재로 사용하기 좋은 활엽수 계열이 거의 사라진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활엽수가 없으니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소나무가 사용되었고, 그러다가 결국 소나무만 사용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또 궁금해집니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참나무의 수종 간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건축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나무가 유리할까요??


참나무는 뒤틀림이 심한 편이지만 강도가 매우 높아 구조재로써 알맞은 부재입니다. 느티나무는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으며 특히 썩지 않고 견디는 성질이 매우 높은 부재라 건축물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소나무는 뒤틀림이 적고 무게에 비해 강도는 우수하며, 곧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건축부재로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다만 소나무는 썩지 않고 견디는 성질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느티나무나 참나무에 비해 재질이 연하여 가공성이 우수한 재료입니다.


즉, 건축부재로서 소나무는 참나무나 느티나무에 비해 강도나 썩지 않는 성질 등은 떨어지지만, 활엽수가 사라지게 된 상황에서 대체로 곧게 자라고 가공성이 좋기 때문에 소나무가 활엽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소나무만 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복궁 근정전

조선 후기에 오면 소나무가 워낙 많이 쓰여서 소나무가 부족했을 겁니다. 그래서 소나무 대신 전나무를 사용한 예가 있는데요. 바로 경복궁 근정전입니다. 경복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궁으로, 근정전은 경복궁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정전 건물입니다. 조선시대 태조 4년(1395)에 지었으며, 임진왜란에 전소하고, 고종 4년(1867)에 중건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도에 문제가 생겨 해체보수를 하였는데 이때 근정전 기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건물 기둥 중에 각 모서리에 위치한 기둥을 귓기둥이라고 하는데, 근정전 상층 귓기둥은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전나무를 세웠습니다. 추측하건대 근정전은 건물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둥도 굵고 곧은 걸 사용해야 하는데, 쓸 수 있는 소나무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전나무를 사용하였던 것이죠. 그런데 해체를 해보니 귓기둥 4군데 중 소나무를 제외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손이 되었고, 그로 인해 근정전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 당시 수리보고서를 보면 전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불규칙적인 옹이가 발달해 있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도 옹이가 많은 점은 귀고주 파손과 변형 원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느티나무를 사용한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부량수전 기둥은 고려시대에 지어 지금까지 약 700년 가까이를 버티고 있는데, 전나무는 고작 130년이라는 시간만에 문제가 생겨버리게 된 것입니다.


스크린샷 2025-09-01 오후 2.54.41.png 파손된 근정전 귓기둥 (출처 : 셩복궁 근정전 수리보고서)




그렇다면 지금 지어지는 한옥은 어떨까요?? 당연하게도 소나무, 즉 육송을 기본으로 합니다. 소나무 이외의 수종은 고려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마저도 기둥, 대들보, 추녀같이 매우 큰 부재는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어렵고 값이 비싸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때 사용되는 수입 나무는 현장에서는 다그라스라고 부르며 정식 명칭은 더글라스 퍼(douglas-fir)입니다. 미국 서부산 소나무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미송이라고 불렀습니다. 육송과 유사하지만 육송보다는 붉은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에서는 홍송이라고도 부르나 이것은 잘못된 명칭입니다.


20211221_123308.jpg 더글라스 퍼. 육송에 비해 붉은색이 감돌지만, 육안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통건축인 한옥을 생각하면 무조건 소나무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전통건축의 역사를 봤을 때 소나무는 참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에 비해 역사가 훨씬 짧습니다. 그리고 우리 전통건축 중에 가장 오래된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이 모두 느티나무로 되어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지금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 뿐 여전히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소나무가 우리 전통건축에 좋은 나무는 맞지만, 최고의 나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느티나무나 참나무 같은 활엽수를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먼 훗날을 생각해서 양질의 활엽수를 키우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에요. 수덕사 대웅전 답사를 가서 대웅전의 기둥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런저런 하던 생각을 글로 옮겨봅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과 논문


김종남, 『한옥 짓는 법』, 돌베개, 2011.

문화재청, 『경복궁 근정전 수리보고서』, 2001.

박원규・이광희, 『우리나라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 수종의 변천』, 건축역사연구 제16권 1호,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