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11

한옥과 못

by Atticus


이건 목수가 아니라 못수가 지은겨



예전에 국가유산을 수리하러 갔을 때 일입니다. 지붕을 해체하고 나무를 해체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교체하는 공사였는데 나무를 해체하려고 보니 못이 너무 많이 박혀있는 것이었습니다. 못을 쓰지 않아도 될 부분도 못을 박아놔서 해체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충청도 목수가 한마디 합니다. "이건 목수가 아니라 못수가 지은겨." 즉, 실력 없는 목수를 비꼬면서 한 말이죠. 결구만 잘해도 되는 곳인데 자신이 없으니 못을 많이 박은 것입니다.

근데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은 못을 하나도 안 쓰고 짓는 게 아니냐고요?? 지금까지 한옥은 전혀 못을 쓰지 않는다고 아셨던 분들은 배신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으나 한옥은 못을 사용합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못을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전통건축은 초석을 놓고 기둥을 올려놓은 뒤 기둥 상부를 창방으로 결구시키고, 대들보와 도리를 올려놓아 기본적인 뼈대를 만듭니다. 즉 기본적인 뼈대를 만드는 데까지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끼리 결구를 통해서 조립을 합니다.


나무와 나무의 결구 모습
기둥, 창방, 보, 도리가 조립된 모습


바로 위 사진이 기둥과 창방, 대들보, 도리 등이 결구되어 집의 뼈대가 완성된 모습입니다. 보시면 종도리라고 적혀있는 곳 가운데는 비워져 있는데 상량식 때 도리가 올라가는 곳입니다. 아직 상량식 전이여서 이곳이 비워져 있네요. 아무튼 이제 집의 뼈대가 완성되었으니 지붕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전통건축은 지붕이 앞, 뒤로 혹은 양 옆까지 경사지게 설치가 됩니다. 그래서 지붕의 바탕이 되는 서까래도 경사지게 설치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까래를 경사지게 설치하다 보니 고정을 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까래 연자를 써서 연정이라고 부르는 못을 박아 고정을 시킵니다.


연정으로 서까래를 고정하고 있는 모습



서까래를 고정할 때 쓰는 못으로 연정이라고 불리며, 크기는 30cm이다.


서까래와 함께 경사지게 설치되는 부재가 있는데 바로 추녀와 사래입니다. 그래서 추녀와 사래가 있으면 각각 추녀정, 사래정이라는 못을 박아 고정을 합니다. 그리고 측면에 있는 박공널도 고정시키기 위해 못을 사용합니다. 이렇듯 경사지게 설치되어 고정할 방법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못을 박아 고정을 했지만, 그 이외에는 못을 박지 않고 나무와 나무의 결구를 통해서 집을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전통건축인 한옥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기둥, 보, 도리 등 주요 구조체를 완성시켰다.라고 한다면 대체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렇게 구조체에 설치될 곳 이외에 못을 사용하는 곳은 창호를 만들 때입니다. 문과 창문은 특성상 여러 부재를 결합하여 만들어지고, 그리고 만들어진 문은 세워져 있는 나무에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러 철물을 쓰게 마련입니다. 대신 서까래를 고정시키는 연정과 같이 건물 속에 있어서 안 보이는 곳과는 다르게, 이렇게 창호에 설치되는 못은 그 끝을 그냥 두지 않고 국화쇠와 같은 철물로 장식하거나, 아니면 못머리 자체를 크고 모양을 내어 마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못 머리가 그대로 남는 게 미관상 보기 안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종묘
종묘
창덕궁 낙선재
창덕궁 낙선재


지금 우리가 사는 아주 값비싼 아파트도 자세히 보면 몰딩 부분에 정신없이 쏜 타카 자국이 한가득 합니다. 이렇게 타카 자국이 가득한 아파트를 보며, 못 자국이 보기 싫어 국화쇠와 다양한 장식을 한 옛 어르신들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