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지붕
언젠가 국가유산을 수리하는 현장에서 지붕을 해체하지 않고 기둥 하부를 수리하는 공사가 있었습니다.(우리 건축 이야기 4편. 아픈 곳의 치료 동바리 참고) 지붕을 해체하지 않고 건물을 살짝 들어야 하는 공사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죠. 그때 옆에 있던 목수가 물어봅니다. "이 지붕은 도대체 몇 톤이나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날 계산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지붕의 무게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오늘은 그때 했던 계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전통건축은 앞의 글에서도 많이 설명을 드렸듯이 초석 위에 기둥을 강접합 하지 않고 그냥 올려놓아 지붕의 무게로 유지되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자연석 초석일 때는 울퉁불퉁한 초석 위에 기둥을 올려놓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서는 상당히 불안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일반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이 행위를 전혀 이해를 못 할 것입니다. 기초와 기둥은 강력하게 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외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구조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통건축은 매우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2016년에 경주에 강한 지진이 왔을 때도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들이 피해가 많았을 뿐, 목조로 지은 한옥은 오히려 피해가 적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이는 초석과 건물이 강하게 접합하지 않아서 피해가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듯이, 적당히 유연한 공간이 피해를 줄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이 초석을 놓고 기둥을 올려놓은 사진입니다. 저 울퉁불퉁한 초석 위에, 그냥 기둥을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돌 위에 기둥을 올려놓으면 당연히 안정적이지 않겠죠. 그래서 안정적으로 기둥을 올려놓기 위해 몇 가지 과정을 거칩니다. 일단 기둥을 수직으로 임시로 고정시키고(다림보기), 초석과 기둥 밑을 일치시키기 위해 초석 모양 그대로 기둥 하부를 그립니다. 그리고 그린만큼 기둥 하부를 제거합니다. 그렇게 되면 초석과 기둥 하부가 밀착되게 됩니다. 그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접합도 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전통건축 기법으로 "그레질"이라고 합니다. 한옥을 짓는데 핵심적인 기술입니다.
이렇게 기둥을 초석과 일치시킨 뒤에는 나무를 조립하여 건물의 뼈대를 완성시킵니다. 기둥을 세우고 기둥 상부를 창방이라는 부재로 결구시킨 다음 대들보와 도리를 조립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체적인 뼈대가 완성되고 이 위에 서까래를 올려놓으면 지붕을 얹을 준비가 끝이 납니다. 단, 팔작이나 우진각 지붕이라면 추녀가 추가되어 지붕의 바탕이 더 넓어집니다. 여러 가지 과정이 있겠지만 어쨌든 나무로 뼈대를 만드는 과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위 사진은 지붕을 얹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된 모습입니다. 이제부터 지붕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바로 흙을 올리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지붕이 너무 무거울 수도 있기 때문에 쪼갠 나무로 대략적인 바탕면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위에 흙을 덧발라서 지붕 바탕면을 만들고 기와를 얹어 지붕을 만듭니다. 즉 지붕의 무게는 저 나무 뼈대 위부터 만들어진 흙과 기와의 무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 사진과 같이 흙으로 지붕의 바탕을 만들고 암키와, 수키와 등을 얹으면 지붕이 완성이 됩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계산을 해봅니다.
이 건물은 30평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기와를 올려놓기 위해 바탕을 만든 흙이 평균적으로 20cm 정도입니다. 지붕의 면적에 흙 높이를 곱하면 대략 40.6m3이니 흙의 무게는 64.96t 정도 되겠네요. 그리고 암키와가 5,700장 정도 올라갔고, 수키와가 2,900장 정도 올라갔습니다. 암키와 한 장당 4.5kg이니 25.65t이고, 수키와 한 장당 2.7kg이니 7.83t입니다. (요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기와는 예전 기와에 비해 무겁습니다.) 여기에 기와를 얹기 위한 흙도 추가되니 최소 110t 이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무게입니다. 75kg 되는 성인 남자가 1,500명이 올라가 있는 정도의 무게입니다. 저 위에 성인남자가 1,500명 넘게 올라가 있다고 생각하니 꽤 무섭네요. 이렇게 무거운 무게로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붕의 무게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초석과 기둥을 강접합하지 않았음에도 오랜 시간을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장에서 목수의 질문으로 답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위의 계산은 아주 단순한 식이며, 건물에 따라, 그리고 현장 여건에 따라 매우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가 올라갈 것이다라는 참고용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건물 평수와 건물 형태에 따른 지붕의 무게를 산출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