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비내력벽
"트랜스포머(Transformers)'는 1984년 완구로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TV로 방송되다가, 2007년에 실사화 영화가 대박을 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미디어 프랜차이즈입니다. 낡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전율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이 트랜스포머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 겁니다.
우선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의 구조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앞서 발행한 글에서도 많이 언급하였듯이, 우리 전통건축은 기초를 하고 그 위에 돌로 만든 초석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나무로 기둥, 창방, 대들보, 도리 등으로 주요 뼈대를 만들고, 서까래를 얹어 지붕의 틀을 만듭니다. 그리고 위에 흙과, 기와를 얹어 지붕을 완성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붕의 무거운 무게로 우리 전통건축은 유지된다는 점과, 지붕의 무거운 무게는 도리, 보, 기둥을 타고 지면으로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기둥, 보, 도리 등으로 뼈대를 만든 구조를 "가구식 구조"라고 합니다. 가구식 구조의 주요 특징은 바로 벽체가 힘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건축에서는 이런 구조를 "비내력벽 구조"라고 합니다. 좀 어려운 단어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둥으로 하중이 전달되기 때문에 벽체가 힘을 받지 않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즉 '가구식 구조'이면 자연스럽게 벽체가 힘들 받지 않는 비내력벽이 되는 것이겠네요. 벽체가 힘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벽체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꼭 벽체가 아니라 벽체처럼 생긴 게 와도 된다는 것이고, 이 벽체처럼 생긴 것의 대표적인 모습은 바로 창과 문, 즉 창호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우리 전통건축의 비내력벽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이 건물은 조선 효종 때 대사헌, 이조판서, 병조판서를 지낸 동춘당 송준길(1606~1672) 선생이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동춘당 종택의 사랑채입니다. 정면이 6칸으로 길게 만들어졌는데, 사랑채가 출입문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보시면 어떠신가요? 기둥과 기둥 사이를 '칸'이라고 하는데, 모든 칸의 모양이 다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합니다. 맨 왼쪽에는 종택을 들어가는 대문이 있고, 두 번째는 툇마루보다 한 칸 더 올려 누마루처럼 꾸미고 창문을 두었습니다. 세 번째 칸은 사랑채로 들어오는 분합문이고, 네 번째 칸은 머름이 있어 출입은 안되고 창문으로만 쓰이는 곳입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는 툇마루 앞에 분합문을 또 두어 실내로도, 실외로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벽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고, 모든 칸에 창호를 두었는데 각 용도에 맞게 다양한 창호를 둔 모습입니다. 벽체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다 보니 이런 다양한 창호를 둘 수 있는 것이죠.
위 건물은 왼쪽 사진에 있는 기존 건물의 내부 공간이 불합리한 점이 있어서 기둥만 남기고 모두 철거한 뒤 오른쪽처럼 리모델링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내부가 큰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리모델링 후 각 칸마다 하나씩 방을 만들고 화장실을 만들어 개인들이 사용하기 좋게 리모델링하였습니다. 이렇듯 기둥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건물 벽체와 내부는 어떠한 방식으로 수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듯 벽체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다, 그리고 얼마든지 허물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비내력벽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서 '벽체를 만드는데 제약이 없다'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하나 더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가변성'입니다. 가변성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조건에서 변할 수 있는 성질"입니다. 그리고 이 가변성은 우리 전통건축의 창호 종류 중에 하나인 분합문에 의해 나타납니다. 분합문이란 4짝, 6짝, 8짝으로 구성된 문을 말하는데, 평소에는 일반적인 문의 역할을 하지만, 필요에 의해 문을 포개어 위로 올려놓아 고정시킵니다. 그러면 벽으로 존재하였던 분합문은 사라지고, 기존에는 두 개였던 공간은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공간이 확장되는 것입니다. 만약 어느 방 양쪽에 분합문이 설치되어 있다면 세 개였던 공간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즉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공간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왼쪽 사진처럼 분합문은 평소에는 가운데 두 짝만 열리게 되는, 즉 일반적인 문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다가 공간을 확장할 필요가 있으면 오른쪽처럼 문을 접어서 위로 올려 고정하게 되는 것이죠. 분합문은 꼭 방과 방 사이에만 위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의 가장 바깥쪽에 설치가 되어 평소에는 외부를 차단하는 벽체로 위치하고 있다가, 개방할 필요가 있으면 접어 올립니다. 그러면 외부를 차단했던 벽체는 없어지고 내부가 외부가 되는 공간의 변화가 생깁니다. 저는 언젠가 이 모습을 보고 "완전 트랜스포머 아니야?"라고 말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문이 열린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있는 공간의 축소와 확장, 그리고 실외와 실내가 공존할 수 있는다는 점 때문에 놀랐거든요. 결국 그 기억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이 글까지 오게 되었네요.
당연하게도 이런 가구식 구조나 비내력벽, 그리고 벽체의 가변성은 우리 전통건축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특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건축이 가지고 있는 유의미한 특성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의미한 특성을 글로 잘 남겨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