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오해
제가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가장 듣는 말은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옥은 비싸요. 한옥은 불편해요. 한옥은 추워요. 그중에 "한옥은 비싸요."는 인정합니다. 아무래도 자재를 비싼 거 쓰는 것도 있고, 인건비도 비싼 편이기 때문에, 평당 단가로 보면 단독주택보다는 비싼 건축이 맞습니다. 다음으로 "한옥은 불편해요."는 부분적으로 인정을 합니다. 불편함은 있지만 사실은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도 불편함은 있기 때문에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재료를 쓰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단독주택도 관리의 영역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옥은 추워요." 이건 이제 바로 잡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한옥은 더 이상 춥지 않습니다.
예전 전통건축은 추운 게 맞습니다. 전에 우리 건축 이야기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우리 전통건축은 "가구식 구조"입니다. 즉 지붕의 무거운 무게가 서까래, 도리, 보, 기둥을 통해 지반으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가구식 구조의 주요 특징으로는 벽체가 힘을 받지 않는 "비내력식 구조"입니다. 단어가 어렵긴 하지만 중요한 건 벽체를 꾸미는데 아주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은 창호, 즉 창문과 문이 많습니다.
위 사진은 대전에 있는 동춘당 종택의 사랑채 건물입니다. "우리 건축 이야기. 13" 비내력식 구조에도 등장했던 건물입니다. 보시다시피 실제 벽체라고 된 부분은 별로 없고 거의 창문과 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창호는 잘 아시겠지만 나무로 틀을 짜고 그 안에 창호지라는 종이를 발랐죠. 이런 창호가 건물의 벽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겨울에 웃풍이 엄청났을 겁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집은 저 안에 미닫이 문을 하나 더 설치를 해서 그나마 나았겠지만, 서민의 집은 저 창호 하나만 설치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겨울에 엄청나게 추웠을 겁니다. 다행히 땔감이라도 풍족해서 난방을 하면 괜찮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겨울이 아주 고역이었겠지요. 특히 6.25 전쟁 이후 물자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한옥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은 난방도 못하고 엄청난 웃풍에 매우 시달렸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때 한옥을 경험하신 분들이 한옥은 매우 춥다고 기억하고 있고, 이 분들이 지금도 한옥을 보면 너무 추운 집이라고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래서 간혹 보면 겨울에 창호 전체를 비닐로 감싸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웃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이겠죠.
그리고 한옥이 추운 이유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벽체입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벽체는 얇은 나무로 벽체의 틀을 짠 다음, 그 앞 뒤로 흙을 발라 벽체를 만듭니다. 이게 처음에는 문제가 없는데 시간이 가면서 나무가 말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흙으로 만든 벽체와 재료분리가 시작됩니다. 그러면 나무와 벽체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되고 이 틈으로 웃풍이 들어오게 됩니다. 내부에 도배지를 발라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지만 어쨌든 종이일 뿐이니까요, 그 찬 바람을 다 막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이 추운 이유였습니다. 물론 몇 가지 원인은 더 찾을 수는 있겠지만, 이게 대표적인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한옥은 더 이상 춥지 않습니다. 벽체와 창호는 그 전과 같은데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부 단열"입니다. 예전 우리 전통건축은 내부 단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나 지금은 다릅니다.
예전에 대학원 다닐 때, 강의에서 어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새로 짓는 한옥은, 일반 건축으로 봐야 한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바라보는 한옥은 모두 국가유산 보수의 대상이었으니까요. 모두가 원형보전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보존해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나는 기간 동안 여러 한옥 신축 현장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어렴풋이 저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짓는 한옥은, 재료와 공법의 제약이 없다."
이게 바로 내가 이해한, 일반 건축으로 봐야 한다는 저 문장의 진짜 모습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짓는 전통건축은 재료와 공법에 제약이 없습니다. 그리고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중에 하나인 겨울철 추위를 없애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은 현재 지어지는 한옥의 신축 현장입니다. 벽과 천장 내부 모두를 단열재로 시공하였고, 창호 내부에는 샷시를 설치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는 우리 전통건축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내부는 현재 지어지는 단독주택과 마찬가지의 단열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도 기존 온돌과 같은 개념으로 온수파이프 난방을 설치합니다. 이렇게 내부 단열을 확실하게 하고 난방시스템을 갖춘 집은 겨울에 춥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새로 짓는 한옥은, 재료와 공법의 제약이 없습니다. 한옥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현재 지어지는 한옥은 예전과 달리 많은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재료에 있어서 예전에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비싼 집이지만, 이제는 춥지 않은 집이라는 걸 이야기드리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비싸지도 않은 집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