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21

합각

by Atticus


삼각형 캔버스 안의 다양한 세계



우리 전통건축인 한옥의 외관에서는 집주인의 뛰어난 미적감각을 선보일만한 곳이 많이 없습니다. 실내 공간은 사실상 큰 제약 없이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지만, 전통건축의 외관은 조금만 바뀌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한옥의 모습에서 벗어나 버리게 되기 때문에 한옥은 보수적이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옥의 외관은 꾸밀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몇 군데, 집주인의 뛰어난 감각을 선보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합각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합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합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건축의 지붕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합각은 모든 지붕에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지붕 중에 한 개의 지붕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지붕은 재료에 따라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기와를 사용한 기와지붕과 볏짚을 이용한 초가지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와지붕은 형태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모임지붕"입니다.



위 사진은 각 지붕의 모습을 가장 구분하기 쉽게 같은 각도에서 바라본 사진들로 구성해 봤습니다. 사진을 보고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면 "맞배지붕"은 앞뒤로 경사가 되어 있고, "우진각지붕"은 앞뒤와 좌우로도 경사가 되어 있지요. 그리고 이 맞배지붕과 우진각지붕을 합치면 "팔작지붕"의 모습이 나옵니다. 즉 위에서 중반까지는 맞배지붕의 모습으로 오다가, 그 아래부분은 우진각지붕의 모습을 할 것이죠. 마지막으로 "모임지붕"은 앞뒤와 좌우가 같은 모양으로 가운데 꼭짓점을 향해서 지붕이 만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중에 일반 주택인 한옥에 쓰이는 지붕은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두 가지입니다. 우진각지붕은 일반 주택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시대와 남북시대 건축에서는 가장 격식이 높은 건축에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조선시대부터 팔작지붕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우진각지붕은 성문과 궁궐의 대문, 문루 등의 건축에 국한되어 사용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숭례문이나,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덕수궁의 정문인 돈화문 등이 우진각 지붕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모임지붕은 소규모 건축인 정자 같은 건물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지붕은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일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맞배지붕을 선택할지, 팔작지붕을 선택할지는 건축주의 선택에 달려있고, 아주 초반에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지붕에 따라 내부의 목구조는 아주 많이 달라지게 되거든요.


맞배지붕은 목구조가 단순하고, 공력이 비교적 적게 들어갑니다. 대신 처마가 직선을 이루고 있어 지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보이고, 건물을 누르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이 납니다. 반대로 팔작지붕은 지붕 모서리에 추녀라는 부재가 대각선으로 쭉 뻗고, 추녀 양 옆에 선자서까래를 꾸며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한층 복잡해지고, 공력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당연히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 추녀 덕분에 3차원의 처마선이 만들어지고, 지붕이 날렵해지고, 집이 아주 경쾌해집니다.


tempImageCJ8IHK.heic 왼쪽이 맞배지붕(전주향교 대성전), 오른쪽이 팔작지붕(직지사 대웅전)


일반적으로 안채와 사랑채 등의 건물은 팔작지붕을 사용하고, 행랑채나 곳간 등의 공간에는 맞배지붕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집을 지어 산다고 하면 맞배지붕으로 할지, 팔작지붕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하고, 이는 가장 초반에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부재도 다르고 공법이 많이 차이가 나게 되거든요. 그리고 팔작지붕을 결정하게 되었다면, 필연적으로 이 합각이라는 부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목구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합각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팔작지붕은 맞배지붕과 우진각지붕을 합친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지붕은 양측면에 삼각형의 공간이 남게 됩니다.


tempImageJ2hm4s.heic 팔작지붕의 오른쪽 측면에는 저렇게 삼각형의 공간이 남게 된다.


위 사진에서 보면 측면 지붕 위에 삼각형의 공간이 남게 되는 게 이 공간을 두고 "합각"이라고 부릅니다. 이 합각은 팔작지붕에서만 나타나는데 저는 "삼각형의 캔버스"라고 부릅니다. 삼각형의 캔버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공간은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막아야 하는 공간인데, 이 막는 방법에 어떠한 제약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건축주의 미적감각을 내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합각을 만드는 과정을 "합각을 꾸민다."라고도 합니다.


가장 기본은 나무로 막는 방법입니다. 얇은 판자를 대서 나무벽처럼 꾸미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많은 하는 방법은 담장처럼 흙을 한켜 바르고 기와를 한켜 놓고 또 또 흙을 한켜 바르고 해서 벽을 막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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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나무 판자로 막았고, 오른쪽은 흙과 기와를 이용해서 합각을 막았다.


위 두 사진은 합각을 꾸미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며, 이 이외에도 다양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합각 중 인상이 깊었던 것들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냥 나무와 기와로 합각을 꾸밀 수도 있지만, 집주인의 미적감각이 들어간다는 게 아래와 같은 건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번에 우리 전통건축을 봤을 때 이렇게 생긴 지붕이 팔작지붕이고, 이 팔작지붕은 맞배와 우진각이 합쳐졌기 때문에 오른쪽에 막아야 하는 공간이 생기며, 이 공간은 다양하게 꾸며진다.라는 것을 알고 우리 전통건축을 바라보면 한층 재미있게 건물을 바라보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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