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19

원목

by Atticus


예술이야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싸이 노래 중에 "예술이야"라는 아주 신나고 좋은 노래가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것을 보거나, 혹은 내 생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거나, 아니면 아주 멋진 걸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예술이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옵니다. 언젠가 안성에 있는 칠장사 대웅전을 가보고 "와 이건 진짜 예술이다"라고 외쳤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에 앞서서 제 입에서 예술이야라는 말이 나오게 한 모습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는데 예상이 되시나요??


tempImageGvUCJZ.heic 안성 칠장사 대웅전 내부


바로 저 다듬지 않고 원목 그대로 쓴 대들보 때문이었습니다. 이 당시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대들보 목재를 구하지 못해 구불거리는 나무라도 써야 할 상황이었을까요? 아니면 건축주인 주지스님의 취향이었을까요? 아니면 도편수의 도전이었을까요?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어쨌든 칠장사라는 절의 중심 정전인 대웅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재중의 하나인 대들보를 치목 하지 않은 원목 그대로 쓴 건 저에게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칠장사 대웅전은 대들보뿐만 아니라 기둥도 원목 그대로 써서 이 건물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멋진 건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원목 그대로 쓴 집을 더 알아보기 전에, 실제로 나무를 다듬는 일인 치목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 전통건축을 짓는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설계가 우선입니다.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도편수, 즉 목수의 우두머리가 설계부터 진행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설계사무실에서 그 일을 합니다. 설계사무실에서 건축주와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규모의 어떤 형태로 지을지를 결정하면 그에 맞게 설계가 진행됩니다. 설계가 완성되면 그 설계를 가지고 시공회사가 집을 짓습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주요 뼈대는 나무입니다. 나무의 수량이 많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되면 우선적으로 나무를 확보해서 치목을 해야 합니다. 시공회사의 현장소장은 설계도면을 보고 나무가 얼마나 필요한지 수량을 파악하는데 이 작업을 "물목을 뽑는다"라고 합니다. 물목 작업은 목수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나무를 구입하는 제재소에서는 어느 정도 잘라져 보관하고 있는 나무를 구입해 오기 때문에 목수가 실제로 필요한 나무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현장소장과 목수는 서로 물목을 뽑아보고, 크로스 체크 한 뒤 나무를 주문합니다.


제재소에서 주문한 나무가 오면 목수를 이 나무를 가지고 집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작업을 '치목'이라고 합니다. 제재소는 각 집에 맞게 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러프하게 잘라져 있는 나무들을 짓는 집에 맞게 다듬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결구가 될 부분도 전부 만들어냅니다. 각 나무에 먹을 놓아 다듬을 모양을 표시한 다음 다양한 도구로 나무를 깎고 자르고 다듬는 일을 합니다.



tempImageF6DSyS.heic 먹을 놓는 사진. 이렇게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질지 고려해서 먹을 놓는다



치목 된 나무를 현장에 반입

이렇게 치목장에서 치목 된 나무는 치목장에서 직사광선 및 습기를 피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해서 차곡차곡 잘 쌓아둡니다. 그리고 집을 지을 곳이 기초가 끝나고 초석까지 놓이면 그때서야 현장에 나무들을 반입하여 조립을 합니다. 실제로 치목 하는 시간이 더 길고, 현장에서는 치목 된 나무를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립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게 끝납니다. 기둥, 대들보, 도리 등 주요 부재의 조립은 2~3일이면 끝나고, 추녀와 선자서깨가 있으면 시간이 좀 더 소요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조립이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립이 빠르게 끝나는 건, 나무들이 아주 곧고, 반듯하게 치목 하기 때문입니다. 도구의 발전과 기계식 도구로 인해 레고처럼 잘 치목 된 나무를 조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달랐을 것입니다. 혹시 "인거쟁이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인거장은 톱질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인거장이라고 했는데, 너무나 힘들고 고된 일이라서 인거장이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은 기계로 쉽게 잘라내지만 예전에는 변변치 않은 도구로 그 큰 나무를 잘라내고 파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지어지는 한옥과 예전 국가유산을 보면 그 보는 맛이 다릅니다. 지금 지어지는 한옥은 기계로 다 잘라내고 마무리 손대패 정도면 하니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지어진 건물은 처음부터 손도구로 작업을 했으니 아무래도 약간은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 목수들은 저런 가공하지 않고, 생긴 모습대로 된 나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할 것입니다. 똑바르게 치목 된 나무들은 조립할 때 수평과 수직이 잘 맞아떨어지지만, 저런 가공하지 않은 나무들은 좌우의 높이도 다르고, 수평도 맞지 않기 때문에 나무의 결구와 힘의 전달 등을 굉장히 까다롭게 느낄 겁니다. 당연히 품이 많이 들겠고, 퀄리티도 장담을 못하기 때문에 난감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상 맨 처음의 칠장사 대웅전 같은 모습은 신축에서 보기 힘들겠지요. 사실 요즘 목수들은 국가유산 보수도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유산 보수는 어쨌든 나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많이 틀어지거나 벌어지는 등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한번 문제가 생긴 나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렇게 가공하지 않은 나무로 된 국가유산들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에는 저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유산이 문제가 생겨 보수하게 되면 저런 자연스러운 부재들이 전부 직선의 부재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상 그 전과 똑같은 나무를 구하기도 어렵고, 어쨌든 시공회사는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품을 최대한 줄여야 해서, 어려운 건 쉽게 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구불거리고 자연스럽던 부재들은 전부 직선의 쭉쭉 뻗은 부재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아있는 국가유산만이라도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술적인 사진 몇 장 남기고 마무리하겠습니다.



tempImagepFJum6.heic 서산 개심사
tempImagenkKypl.heic 함양 정여창 고택
tempImagee7qNoI.heic 함양 정여창 고택
tempImageNlxxLj.heic 안성 칠장사
20230925_115842.jpg 화성 정수영 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