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귀솟음 이야기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기둥 높이는 다 같아야 정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건축은 기둥 높이가 다른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착시현상 보정입니다.
우리 건축은 기둥 맨 위쪽에 창방, 그리고 조금 더 구조가 복잡해지면 창방 위에 평방이라는 부재가 수평선을 이루며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평선은 우리 시점보다 위에 있으면 양 끝으로 가면서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납니다. 아까 말씀드린 창방, 평방 부재는 기둥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시점보다 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즉 우리 시점보다 높은 곳에 수평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건물 양 끝으로 가면서 이 수평선이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착시현상을 보정하기 위해 기둥이 정면에서 좌우측 끝에 있는 기둥(귓기둥, 우주)으로 가면서 점차 높아지게 됩니다. 이걸 우리 건축에서는 귀솟음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은 서산에 있는 개심사에 가서 마당에 들어가자마자 대웅전을 바라볼 때 사진입니다. 실제로 제가 서서 건물을 바라보았다면 도면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사람의 시점보다 꽤 높은 곳에, 수평선을 이루는 부재가 위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체감이 안 되겠지만 저 창방과 평방이라는 부재는 12m에 이르는 길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착시현상이 이렁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양 끝의 기둥이 어느 정도 올라간 것일까요??
위 도면은 개심사 대웅보전의 수리실측보고서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건축물은 대부분 이렇게 정밀 실측을 해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도 개심사 대웅전은 귀솟음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하며, 기존 보다 53mm, 63mm 귀솟음이 나타나고 있다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즉 가운데 있는 기둥보다 5~6cm 정도 높게 모서리 기둥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귀솟음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본 대부분의 건축물은 기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대부분 귀솟음이 있었고, 지금 지어지는 한옥도 귀솟음을 주는 만큼, 귀솟음은 우리 건축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단, 이런 착시기법의 보정은 우리 건축만 가지고 있는 특수성은 아닙니다. 아주 유명한 예로 그리스 건축 중에 파르테논 신전 같은 경우 우리 건축의 배흘림 기둥과 같은 엔타시스(entasis)와 주춧돌을 보정한 스타일로바테(stylobate), 그리고 안쏠림 기법과 같은 다양한 착시 보정 기법을 보입니다.
기둥 높이가 다른 두 번째 이유는 구조적인 이유입니다.
우리 건축은 건물의 뼈대가 되는 나무가 지붕의 무거운 하중을 받는 구조입니다. 즉 비내력벽 구조입니다. 따라서 기둥만 있으면 벽체가 하나도 없어도 무방합니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각 기둥마다 각각의 기초를 하게 됩니다. 이걸 독립기초라고 합니다. 독립기초를 하게 되면 전체기초를 하는 것보다 자재와 공력은 적게 들어가겠지만, 하중이 균등하지 않을 수도 있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100프로 똑같이 기초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중에 가장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가장 모서리에 있는 기둥, 즉 우주(귓기둥입니다.)
위 사진은 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지붕까지 올린 후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벽체가 전혀 없어도 무방한, 비내력벽 구조입니다. 여기서 점선을 표시한 부분이 추녀가 있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이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무게가 무겁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받는 귓기둥은 다른 기둥에 비해 침하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 부분을 다른 기둥보다 조금 높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약간의 처짐이 있더라도 다른 기둥과 같은 높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귀솟음은 많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을 보고 육안으로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 전통건축도 외국의 어느 유명한 건축물처럼 착시를 보정하기 위한 기법을 사용하였다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 전통건축을 보면, 우리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
국가유산청, 『개심사 대웅보전 수리실측보고서』,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