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4

아픈 곳의 치료, 기둥 동바리

by Atticus


기둥 아래를 잘라서 새로운 나무로 다시 붙이기.



나무로 뼈대를 짜고 지붕을 올린 후. 기둥과 기둥 사이의 나무들은 수장재로 없어도 건물 유지하는 데는 무방하다.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이 문장은 우리 전통건축과 같은 목조건축에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건축은 지면에 초석을 놓고 나무로 된 기둥을 세운 뒤, 다시 나무로 된 대들보와 도리, 서까래 등으로 뼈대를 짜고 그 위에 흙, 기와 등을 얹어 지붕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지붕의 무거운 무게는 서까래, 도리, 대들보를 타고 기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구조를 조금 어렵게 부르는 말로 "가구식 구조"라고 합니다. 이런 가구식 구조의 특징 중에 하나는 기둥을 제외한 벽체는 힘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벽체가 힘을 받지 않는 것을 비내력벽이라고 합니다.


초석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전통건축은 나무가 주요 뼈대이기 때문에 물과 불에 매우 취약합니다. 기단과 초석 등으로 지면에서 떨어져 있고, 처마가 있어 우수를 막아줄 수 있지만, 100프로 완벽하게 습기를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간혹 태풍과 같이 세찬 비가 내리면 빗물이 건물까지 들어오고, 바닥에서도 약간의 습기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 나무가 젖으면 썩기 시작하는데 가장 취약한 곳 중에 하나가 기둥 아래 부분입니다. 습기가 아니라도 흰개미와 같은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기둥 하부뿐만 아니라 기둥 전체가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부식.jpg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부식된 기둥 하부


이렇듯 건물이 전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기둥의 일부분이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사람도 작은 병을 제때 고치지 않으면 큰 병이 되듯이, 우리 건축도 이때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주저앉으면서 건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이럴 때 건물을 전체적으로 해체하지 않고 문제가 생긴 기둥 하부만 잘라서 새 나무로 교체해 주는데 이걸 "기둥 동바리 이음"이라고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제가 생긴 기둥 양 옆에 붙어있는 나무, 벽, 창문 등을 제거해 줍니다. 다른 곳은 그대로 둬도 됩니다. 오직 교체가 필요한 기둥의 양 옆에만 아무것도 없으면 됩니다. 그리고 기둥을 들어줍니다. 이때는 작기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작기는 유압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게 만드는 도구로 자동차 바퀴를 셀프로 교체하시는 분들은 하나씩 가지고 계실 겁니다. 이 작기에 튼튼한 나무를 대어 기둥 주변을 들어줍니다. 많이 들어줄 필요도 없어요. 딱 3cm만 들면 됩니다. 지붕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러 개의 작기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붕을 해체하고 건물을 들어 올리는 것이 이치에 맞으나, 그렇게 하면 일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지붕 해체 없이 건물을 들어 올려 동바리 이음을 하는 공사가 많습니다.)


이렇게 기둥을 들고 나면 부식된 범위보다 조금 길게 하여 부식된 나무를 잘라줍니다. 그리고 잘라낸 길이만큼 새 나무를 치목 하는데 이때는 기존 나무와 새 나무 사이에 주먹장과 같은 이음을 하여 이어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교체되는 새 나무는 충분히 건조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혹시나 건조가 되지 않았다면 기존의 나무보다 크게 만들어줍니다. 그 이유는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건조되면서 수축되기 때문에 지금의 크기대로 만들면 향후 건조되었을 때 기존 나무보다 작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새 나무를 이어 만드는 동바리 이음을 하고 나면 작기의 유압을 조금씩 때면서 건물을 내려줍니다.



그림2.jpg



건축은 우리 몸과 같습니다. 우리가 아픈 곳이 있으면 치료하여 수명을 연장하듯이, 우리 건축도 문제가 생긴 곳이 있으면 그 부분을 고쳐서 건축 생명을 연장해 왔습니다. 몸 전체가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하듯이 우리 건축도 전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전체를 다 해체해서 다시 건물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부분이 문제가 생기면 전체를 해체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수리를 해줍니다.


오래된 건축물은 수많은 수리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국가유산을 볼 일이 생기시면 오랜 시간을 견뎌온 세월도 한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