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의 책임감에 대하여
최근에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발견한 기사 제목(https://www.sportschosun.com/football/2025-08-06/202508060100035540004449)입니다. 손흥민 선수라면 한국 축구의 대들보라는 수식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대들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대들보는 기둥, 추녀와 더불어 우리 전통건축에서 가장 굵기가 굵은 부재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굵기가 굵다는 것은 그만큼 견뎌야 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대들보는 어떤 힘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요??
위 도면은 일반적인 한옥의 종단면도 입니다. 초록색으로 칠한 부분이 지붕인데 여기에는 굵은 나무, 흙, 기와 등이 올라가서 지붕을 만들게 됩니다. 흙도 무겁고, 기와도 무거워 지붕이 가지고 있는 무게는 엄청납니다. 30평의 한옥이 있다면 그 지붕의 무게는 대략 100t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무게가 실려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전통건축은 초석위에 그대로 기둥을 올려놓아 지붕의 무거운 무게로 집이 유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무거운 지붕의 무게는 서까래와 도리를 타고 내려와 대들보(주황색)가 온전히 받게 되어있습니다. 대들보가 받은 무게는 다시 기둥을 타고 내려와 지면에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만약 대들보가 저 무게를 받지 못한다면 대들보가 부러져버리고 그야말로 집이 무너지고 말겠죠. 한옥을 이루는 부재는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대들보는 그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대들보는 굵은 부재를 사용하게됩니다.
그렇다면 대들보는 최대한 굵은 나무를 사용하면 좋은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굵은 나무를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굵기가 어느정도 이상 굵어지면 값이 매우 비싸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나 노출되는 천장에서는 대들보가 너무 두꺼우면 집이 투박해 보이거든요. 이것 관련해서 신영훈 선생님의 책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대들보가 튼실해야 집이 잘 팔렸다'는 사연
서울의 1930년대 집 장수가 지어 판 집의 대부분은 대청 대들보를 매우 튼실하게 만들었다. 마포 집 장수로 손꼽히던 한 노장은 집 사러 온 사람이 대들보를 보고는 "햐아! 저 대들보 좀 보소. 저만하면야 집이 튼실하것제"하고 대뜸 계약을 맺었다고 회고한다. 다른 부재는 부실한 것을 써 이익을 많이 남겼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특히 목재가 적지 않게 드는 수장재를 가늘게 써서 겨울 추위에 머리맡 걸레가 바싹 얼어붙기도 했다고 한다.
19세기 이전 명인들이 지은 집 대들보는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가늘고 날렵한 모습이었다. 충남 논산 백의정승 윤증선생 고택 안채의 대들보는 집장수 집처럼 투박하고 무거운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질좋은 재목을 무지개 모양으로 약간 휘어 오르게 해서 강하게 힘을 받게 했다. 그러면서도 가늘게 해서 중압감을 느끼지 않게 했다. 이런 멋진 구조를 눈여겨두면 새 한옥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신영훈,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현암사)
너무 재미있는 글입니다. 1920~30년대에 도심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려오게 되면서 인구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게됩니다. 인구가 집중된다는 것은 곧 살 집이 모자라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갑자기 많은 집이 지어지게 되지요. 이때 집을 지어 파는 사람을 소위 집장사라고 했습니다.(사실 좋은 뜻은 아닙니다.) 이때 지어지는 집들이 다른 부재들은 얇고 부실한 것을 쓰고 대들보만 그럴듯하게 지어서 이익을 많이 남겼다는 내용입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들보만 보고 집이 튼실하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어했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부실한 부재로 고생했다는 것이네요. 대들보가 집을 바라보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신영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투박하고 무거운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대들보는 어떤 모습일까요??
많은 무게를 견뎌내지만 투박하지 않은, 날렵하면서 강한.. 꼭 손흥민 선수같은 대들보입니다. 그리고 한옥을 짓는 사람들은 이런 대들보에 대해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기와는 예전 기와와 무게가 다르기때문에 굵은 대들보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저도 요즘 지어지는 한옥의 대들보를 보다가 오랜만에 이런 대들보를 접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
신영훈,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현암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