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와 대들보의 관계
우리나라 속담 중에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힌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즉 작은 것을 아끼려다가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시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건물을 지을 때 꼼꼼하게 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를 썩힐 수가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와는 우리 전통건축에서 지붕 맨 위에 덮는 재료로 암키와가 지붕의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수키와를 얹습니다. 그리고 부속과 장식으로 착고, 부고, 망와와 같은 기와가 들어가고, 건물에 따라 숫막새, 암막새와 같은 막새기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기와가 사용되지만 지붕 전체로 보면 90프로 이상이 암키와와 수키와입니다.
기와는 예로부터 흙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예전시대에는 기와를 만들 흙을 채취해 와서 하나하나 모양을 만들고 높은 온도로 구워서 사용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기와는 일부 건물을 보수하는데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기와를 사용합니다. 공장에서 자동화가 되었을 뿐이지 기와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제로 만들어지건, 공장에서 만들어진 건 흙이 주 성분이기 때문에 기와는 쉽게 파손이 됩니다.
옛 조상님들도 기와가 쉽게 파손될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을 겁니다. 특히 기와는 흙이 주 성분이고, 기와 밑에도 흙이 깔려있기 때문에 겨울에 지붕 위의 눈에 의한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얼어서 깨져버리는 동파가 쉽게 발생합니다.(특히 해가 들지 않는 건물의 뒤편이 빈번합니다.) 동파가 발생한 기와는 다음 해 봄이 와서 보면 영락없이 깨져있고, 그 안에 있던 흙들도 유실되기 일쑤입니다. 겨울에 발생하는 동파는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그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한 가지 기술이 생기는데 바로 '3겹입기' 입니다.
위 사진이 실제 암키와를 이은 사진이고, 아래는 암키와 3겹잇기를 도면화한 것입니다. 암키와는 바닥을 까는 기와이기에 바닥 기와라고도 하며 전체 지붕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가 쓰는 가장 일반적인 크기의 암키와는 가로 30cm, 세로 36cm입니다. 그런 암키와를 이을 때 36cm의 1/3 길이인 12cm를 남겨놓고 그 위에 겹쳐서 기와를 잇게 되는데, 이렇게 이으면 도면 오른쪽에 보시는 것과 같이 임의의 어느 곳에 선을 그어도 모두 3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것을 '3겹잇기'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런 3겹잇기가 왜 유리한 것일까요? 위에서 말했듯이 기와는 쉽게 깨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기와가 깨지면 그 사이로 빗물이 떨어지는 누수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한 장으로만 기와를 이을 때보다는 두 장, 두 장보다는 세 장을 겹쳐서 잇는 게 누수에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한 두 장이 깨진 상황에서도 빗물이 새어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지붕의 물매, 그리고 유형 등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으로 3겹으로 잇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3겹으로 잇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 처음 언급한, 기와 한 장 깨진 걸로 대들보까지 썩는 건 너무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그럴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집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잎이 지붕에 쌓이게 되죠, 혹은 지붕에 우연히 씨앗이 날라들어 풀이 자라기도 합니다. 이렇게 쌓여있는 낙엽잎이나 풀을 제 때 제거하지 않으면 지붕을 타고 내려가야 할 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고이게 됩니다. 그런데 마침 고인 부분의 기와가 깨져있다면 그 물은 깨진 부분을 타고 내려와 대들보가 있는 곳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빈번한 일은 아니지만 아주 불가능 한 일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속담까지 나와있는 일이니 어쩌면 그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요. 아무래도 지금 기와보다 내구성이 떨어졌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기와를 충분히 겹쳐 잇지 않고 대충 이었다면 더욱 쉽게 누수가 쉽게 일어나서 속담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힌다."라는 속담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때도 날림공사가 있었는지 기와를 아끼려다 대들보를 썩힌다라는 속담이 나온 상황이 재미있으면서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