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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Sep 09. 2023

별 것 아닌 한 마디에 계속 이럴 거야?

예민함이 나를 흔들 때

"잘 지내고 있네요!"


인스타 DM이 왔다. 전-전- 직장 선배였다. 퇴사 이후 연락을 하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먼저 따뜻하게 말을 건네줌이 반갑고 고마웠다. 빠르게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흠칫, 이어지는 문장을 보고 갑자기 잠자고 있던 나의 예민함이 발동했다.


"백수를 오래 즐기네요. 부럽기는 하지만. 그 재능 아까워서 어째"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래'라는 말, 어째 기분이 계속 찝찝했다. 뭐 '오래' 놀고 있기는 하니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팩트이기도 했고, 마음을 써서 묻는 안부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맥락이나 교감도 전혀 없이, 굳이, 이렇게 얘기한다고? 내 재능이든 무엇이든 '아깝다'라는 평가는 누가 내릴 수 있는 거지? 어떤 근거로 얘기할 수 있는 거지? 그러다가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이게 누군가가 내게 반갑다고 손을 내미는데, 과잉 반응으로 혼자서 공격당했다고 오방정을 떠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내가 예민하다고 치부하고 넘기기엔 참 피곤한 일이다. 늘 이렇게 쉽게 흔들리면서 살 순 없는데. 에픽테토스는 '불안을 가져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닌 그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라고 했고, '나를 모욕하고 있는 것은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이다'라고 했으며, '상처받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비로소 상처받는다'라고 했다.


얼마 전에 읽은 뇌과학 책도 떠올랐다. '말'은 타인의 '뇌'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뇌'는 어떤 '마음'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우리의 뇌가 하는 특정 '반응'은 사실 '예측'이라 할 수 있는데, 이건 과거의 내가 경험한 데이터를 쌓아서 어떻게 반응할지 '추론' 하는 방식이다.


고로, 나의 뇌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토대로 추측해서 반응하고 있는 거다. 불안감과 예민함이 나를 흔들 때, 또는 타인과 연결되는 지점에 있어 맥락이 생략될 때, 나는 이렇게도 과도하게 의미 해석을 해 왔을 거다. 그 경험치들이 쌓여서, 굳이, 또, 앞으로도 이렇게 예민해지겠지.  


이걸 알면, 때가 된 거다. 고작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과민 반응하는 나를 바꿀 때. 간단하다.

책에서 그랬다. '조금 수고를 들여서', '뇌가 예측하는 방식'을 바꾸면 된다고.

내 뇌에 들어가는 경험 데이터를 달리 쌓으면 된다고. 어제의 나는 오늘을 못 바꿨지만, 오늘은 내일을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반복 연습을 통해 당신은 특정 자동 행동을 다른 행동보다 더 많이 일어나게 할 수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미래의 행동과 경험들을 더 많이 제어할 수 있다. (...)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할 때, 진심으로 노력할 때 당신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미래 예측을 바꿀 수 있다.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하, 이제 기분이 좀 달라졌다. 그냥 안부인사였을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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