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난감할 수가
'어어어, 차가 왜 이러지...'
차가 멈췄다. 경기도 광주로 가는 길, 성남 무렵이었나, 좌회전을 대기하던 1차선이었다.
당황했다. 다시 액셀을 밟아봤으나 움직이지 않았고, 비상 깜빡이를 켰다.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난감하고 떨리는데, 내 뒤에 서 있던 트럭의 빽빽거림은 더 커지고 있었다. 차의 시동을 끈 후 다시 켜봤다. 다시 액셀을 밟았고, 소용이 없었다. 엉거주춤, 우선 상황 수습을 위해 차에서 내렸다.
'아저씨, 차가 갑자기 고장 나서 안 움직여요!'
내 차 뒤에 바짝 붙어 있던 거대한 트럭 아저씨는 후진과 전진을 찔끔찔끔 조금씩 하더니 겨우 옆 차선으로 겨우 빠져나갔다. 왜 나를 향해 씩씩거리면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게 안전거리 유지하셨어야죠;;)
후아, 보험사를 뭘로 저장했더라. 요동치는 심장을 붙들고 긴급 견인을 신청했다. 비상등을 켜두어음에도 좌회전을 위해 1차선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큰 트럭들이 많아서, 혹시라도 내 차로 인해 2차 사고가 날까 봐, 나는 내 차 옆에 바싹 붙어 수신호를 했다. 인도나 갓길로 피해야 한다던데,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신호가 걸려 옆 차선에 정차한 어떤 분은 한참을 내 차를 내려다봤다. 보험을 불렀냐는 말을 시작으로, 기어 문제다, 아니 이상한데, 다른 문제인 거 같다며 진단을 하기 시작했다. 반대 차선의 차들도 신호에 따라 주행을 시작했고, 그 차들의 움직임의 반동으로 차도에 서 있는 내게 바람이 휙휙-스쳤다.
그렇게 진땀 빼고 있을 때, 견인차가 도착했고, 그렇게 불안이 회오리치던 카오스도 끝이 났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곤, 오직, 이 도로의 고장 난 차와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었던 순간. 몇 분 동안 내 세상의 전부는 불안과 걱정과 두려움이었고, 그 어떤 생각도 물릴 칠 수 있는 무적의 감정이었다.
가까운 정비소로 옮겨진 내 차는 다행히 엑셀 패드를 갈아 끼우는 것으로 가볍게 수리를 끝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다시 이 세상의 나로 돌아왔고, 세상의 오만가지 생각들이 다시 나의 뇌로 들어왔다. 가고 있던 여행지로 다시 갈 수 있다는 즐거움, 몇 시간 같던 몇 분을 버틴 피곤함, 조만간 차를 바꿀 건데 돈을 써댄 아까움 등등.
그러고 보니,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을 늘 튀어나온다.
겪어보지 않은 일, 예상치 못한 일, 지식이 전무한 일, 나의 의지로 제어하기 어려운 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일, 그러면서도 긴급을 요해 바로 해결해야 하는 일. 경험하지 않은 일이기에 당혹스럽고 난감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일들. 그렇고 그런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의 몸과 의식에 경험들이 축적이 되고, 공감이라는 감정, 경험이라는 지식이 다음에 일을 할 채비를 하게 된다.
도로 한가운데서 차가 멈췄고, 난감하고 당황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나는 또 한 번 직접적인 경험을 했고, 성장했다. 그래서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