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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Dec 08. 2021

젊음도 빨리 감기가 되나요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났을 때 


"저는 빨리 나이 들고 싶어요. 한 50살쯤?" 


서촌에서 미팅을 하고 회사로 돌아가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함께 미팅을 나갔던 같은 회사의 30대 초반 PM이 말했다. 할 수 있다면, 인생을 빨리 감기 하고 싶다고. 


젊은 시절의 경험과 역량을 필요한 만큼 쌓아두고, 가족도 키워두고, 중년의 너그러운 포용력과 지혜, 그러면서도 여유로운, 일과 삶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그런 모든 걸 갖춘 중년의 나이가 빨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하긴, 그날의 미팅은 너그럽고 현명하게 나이가 드는 삶에 대해 느끼는 자리기는 했다. 상대방이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실수를 집어내기보다 건설적인 노력에 대해 격려해주었고, 방패막이 말보다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ㅇ일 얘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그분의 음악, 술, 맛을 즐기는 삶의 단면들이, 오늘 하루만을 치열하게 보내는, 그래서 나만의 세상에 갇혀있기도 한, 젊은 사람들과 대비되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나의 젊음을 빨리 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이 드는 만큼의 현명함은 쌓아가고 싶다. 젊음이 떠나가고 있다는 징표로 매일 주름살과 군살을 받을지언정, 이에 대한 보상으로 경청하고 포용하며 다정하게 다가가는 마음 또한 넓어졌으면 좋겠다. 누구나에게 자동으로 나이 듦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의 함정이지만 말이다. 


젊음을 빨리 감기 해 멋진 시니어의 포용력과 지혜를 자동으로 수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각자의 시간 위에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을 켜켜이 쌓을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배우며 닮아가는 수밖에. 


요즘 나는 나보다 경험과 생각의 탑을 더 높게 쌓은 사람들과의 미팅이 참 즐겁다. 

나이 드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요즘 내가 느끼는 가장 행복한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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