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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Dec 30. 2021

아빠의 숨결이 사라지던 날  

나는 아직도 눈물이 난다



늦은 밤, 아빠가 회사를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빠는 '어라, 내 몸이 왜 이러지' 하고는, 천천히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힘겹게 차 키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고집스레 한 걸음씩 내디뎠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내 휘청 휘청 위태롭게 흔들리기 일쑤였고, 

현관문 고지는 넘어섰으나, 결국 아파트의 복도 벽을 마주하고는 더 이상 발을 떼지 못했다. 


담관암 4기, 그렇게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빠는 젊었을 적, 열심히 회사를 다니던, 그 과거의 어느 시간 속을 혼자만 훌쩍 머물다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젊고 건강했던 과거에 머물다 다시 현재의 암환자로 돌아오는 시간여행을 반복했다. 


길어야 2주일 것 같다고,

어젯밤 에피소드를 말하는 나에게 가정 호스피스 간호사가 말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섬망 증상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리고 다른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올 때, 

경험 상 2주 정라고 했다. 호스피스를 바로 알아보라고 했다. 


곧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하루 종일 잠을 잤고, 

맥박이 약해 숫자로 안 잡히는 때가 종종 있었고, 

밥을 먹지 못했고, 

진통제 알약을 삼키지 못했으며, 

무호흡 시간이 길어지고, 

그렁그렁한 가래소리가 났다. 


짜증과 호통이 늘어났고, 

복수가 차 배가 나오기 시작했고, 

화장실까지의 걸음도 힘겨워했고, 

며칠 째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지가 호스피스가 될 줄 알았으면, 

그랬다면, 알았다면, 진작에 더 잘했을 텐데. 정말 잘했을 텐데. 


호스피스로 옮긴 지 일주일 되던 새벽, 

가늘게 이어지던 아빠의 숨이, 멈췄다. 


무호흡처럼 보이더라도 곧 다시 이어지던 숨이,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숨결이 사라졌다. 


숨이 멈춘다는 게, 숨결이 사라진다는 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 전의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리고, 벌써 일 년. 

멈춰있을 것 같은 시간이 벌써, 사계절을 지나, 그때 그 자리에 되돌아와 서 있다. 


기억은 차츰 희미해지는데, 

아직도 나는 회사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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