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정이 엇갈릴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할까
"그건 예를 들면 첫 연애와 비슷한 것 거였어요. 처음 사람을 만날 때라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도통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기준점이 없어서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는 그런 거 있잖아요"
일과 관련된 고민의 이야기가 전개되던 와중, 오늘 저녁 겸 술 한 잔을 같이 한 사람이 말했다. 과거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얘기였던가. 파트너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지, 무엇을 기준점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그 정도면 좋은 건지 처음 경험하는 세계에서는 한 번의 경험으로 알 수 없었다는 항변이기도 했다.
두 시간 남짓 여러 대화가 오간 후, 대화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찝찝한 기분을 씹으며 전철을 탔다. 집에 도착하고 정의 내릴 수 없이 혼란스러운 마음에 길게 샤워를 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은 섬광처럼 여기저기서 번뜩 솟구치는데, 잡히지 않는 파편 조각만 스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된다.
나는 지금껏 꽤나 결정적인 순간일 때마다 '직관'으로 움직였다. '직관'이라고는 말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성적으로는 답이 정해져 있는 길을 두고 감정에 휘말린다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나 내 나이에는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건데,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기준은 달라야할 수 있을텐데.
대체 사람들은 언제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고 여길까.
그 순간은 찾아오면, '아 이런 느낌'이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징조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걸까.
이 나이의 직관적인 선택은 그렇게 미련한 걸까.
밤이 늦었으니, 나는 이렇게 풀지 못한 숙제를 또다시 내일로 미뤄둔다. 오늘 예전 직장 상사가 건네준 조언의 말을 되짚어보며 잠을 청해야지.
"결국 신뢰의 문제잖아. 신뢰에 대한 확신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이성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직관의 문제에 가깝겠지. 보통, 사람들이 헷갈릴 때 동전을 던져 앞뒤가 나오는 걸 보고 결정하자고 하잖아. 그럴 때 동전을 던짐과 동시에, 은연중에 동전의 어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이 스쳐 지나간대. 동전을 던져보던지! 어디라도 조금 더 마음이 기우는 곳으로 선택해.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어떤 선택이나 결론도 민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자신의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