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해 보지 않고 포기한다는 것에 대하여
요즘 나는 현명함과 비겁함을 가르는 것이 무엇 일지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
이게 과연 냉정하게 자신을 알고 판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비겁함인지.
이를테면, 나는 산을 오르고 싶은 거다. 그냥 가보고 싶으니까, 그 여정에 또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을 테니까.
산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자동으로 정상에 이르지는 못할 터, 내가 산을 오를 체력은 충분히 비축했는지에 대한 판단하고, 힘들 테지만 그 과정에서 끝까지 올라갈 의지와 집념이 있는지 재차 물어본다고 치자.
그래, 뭐, 까짓것 가보지. 뭐, 처음이라 정상까지 못 올라 가도, 못 올라갈 테지만,
산을 오르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주섬주섬 등산복을 입어본다.
옷을 입으려다가, 다 입을 생각하니 귀찮아져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산을, 이번엔, 못 오르지, 싶었다.
나는 아직 산을 두세 시간 오를 체력이 없는데, 아무리 봐도, 누가 봐도, 30분쯤 올라갔다가 헉헉대면서 내려올 게 뻔히 보이는데, 굳이 등산복과 등산화를 챙겨 신고 멀리 산 입구까지 가야 알까 싶은 생각이 든 거다.
음,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노노노노, 아니다,
정상까지 못 가더라도, 올라간다는 게 중요한가 싶었다. 이번에 정상을 못 오른다고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분명 다음에 올라갈 때는 그 미리 올라간 30분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텐데.
어디 보자, 그럼 한 번 가봐야 하나.
다시 현관문 앞에 서서, 다시 등산화를 묶으려다가.... 또 생각에 빠져버린다.
아니 근데 버스도 타야 하고, 심지어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30분 올라가려고,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렇게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언제 올지도 모를 나중을 위해 해야 하나. 현재 행복한 게 중요한 것 아닌가. 현재 행복할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굳이 굳이 그 힘든 등산을 해야 하는 걸까.
다시 등산화를 벗는다.
흠, 그래도 산에 올라가고 싶기는 한데... 다시 신어야 하나.
그런데 객관적으로 산에 올라갈 체력이 없잖아? 그럼 왜 가는 고생을 해야 하지?
나는 오늘도 이렇게 현관문 앞에 서 있다.
현관문 밖으로 조차 나가지 못한 채, 현관에서 애꿎은 등산화만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시도해 보지 않고 그만둔다는 것,
자신을 분석해 냉철한 판단한, 현명한 선택인 걸까.
아니면,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판단하고 합리화해 버리는 비겁함일까.
인생에 있어 '나다움'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될 텐데... 이번엔 나 답지 않은 선택을 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마냥 겁쟁이가 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오늘의 잡생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