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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Jun 17. 2021

타투, 이토록 우아해 보이다니

나도 타투 하나 새기고 싶다

와, 이 멋진 언니 보소.

국회에서, 이렇듯 도발적으로, 아니 우아하게, 기자 회견을 하다니. 그것도 등이 푹 파인 드레스로?

그리고, 이 포즈, 등에 새겨진(*아니 스티커를 붙인) 타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뒤로 서되, 허리와 가슴을 쫙 펴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당차게 사선을 쳐다보는 시선이라니.


다양한 타투가 새겨진 등, 그 등을 흘러내리는 보랏빛 드레스, 그리고 유월 국회의사당의 푸릇푸릇한 잔디, 자신감 있는 모델 포즈, 내게 이건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기획이자, 우아한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었다. (*사람에 따라 생각이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출처: 류호정 의원 공식 페이스북

회견문 첫 문단의 재기 발랄함,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거 맞습니다.

류호정 의원의 퍼포먼스에 시선이 머물고 어떤 내용인지 호기심이 일어 찬찬히 오늘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는데, 첫 문단의 재기 발랄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문이 어떨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보통의 '존경하는' 국회의원'님'들이 시도했던 소통의 방식이 아니다 보니, 류호정 의원도 이를 '이런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듯싶었다. 이건 그냥 시선을 모으기 위한 단순한 '쇼'가 아니라는 것,  편견을 극복하는 길에 동참하는 행동의 표현이고, 당연히 해야 할 국회의원의 임무라는 설명에 (*정치를 일도 모르고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진정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오늘 낯선 정치인 류호정이 국회 경내에서 낯선 풍경을 연출합니다. 누군가는 제게 ‘그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게 아닐 텐데’라고 훈계합니다만,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거 맞습니다. 사회·문화적 편견에 억눌린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 반사되어 날아오는 비판과 비난을 대신해 감당하는 샌드백, 국회의원 류호정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류호정 의원 기자회견문 中

나도 말이야, 타투를 새기고 싶어 졌다.

문득 타투가 하고 싶어 졌다. 우아한 드레스에도 잘 어울리는 (*물론 다른 패션에는 다른 느낌으로 잘 어울리겠지) 타투를 그려 넣어도 좋겠다 싶었다. 타투도 헤어와 메이크업 같은 건데, 왜 나는 유독 타투데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머물러있었을까 싶었다. 타투가 합법화해야 하는 정당성을 말해 준 기자회견문이 우리 세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아한 드레스와 함께 타투를 뽐낸, 타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답다'라고 느껴졌던, 한 장의 사진의 힘이 컸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타투를 하려면, 그러러면, 이 산업이 양지로 올라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와, 결국, 이거, 행동을 부르는 정치인의 퍼포먼스였다니.

시장에서 장을 보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버스나 전철을 타는 등 서민 행보를 이어가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의 퍼포먼스를 보다가, 우아한 드레스의 기획력에 나는 반해버렸다. 오늘.


그리고 같은 맥락의 다른 이야기, #누울자리캠페인

출처: 뉴웨이즈 인스타그램


오늘 우연히도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뉴웨이즈의 '누울자리 캠페인' 참여 포스팅이 마침 눈에 띄었다. 뉴웨이즈는 2030 세대와 함께 지역의 젊은 정치인을 발굴 후원하려고 한다는 비영리단체인데, '가볍게 즐기는 정치 놀이'를 지향하며, #젊치인 (젊은 정치인)을 기다리는 #선젊포고 하는 캠페인이라고 한다. #야눕자 고, #여의어때 라고 외치는 이 단체의 캠페인과 보랏빛 드레스를 걸치고 등에 붙인 타투를 자신 있게 우아하게 보여준 오늘의 사진이 겹쳐 보이는 것은 단지 나만이 아니겠지. 이래서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나 그동안의 쌓인 편견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이어진다.


쉽지 않은 문제를 가볍고 우아하게, 행동을 이끄는 기획으로 승부한 사례를 보자니, 이걸 기획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솟구친다. (정치를 떠나서) 여기저기, 기존 문법을 뒤흔드는, 멋진 언니들이(사람들이) 참 많다.


멋지다, 진짜.

오늘은 이 멋진 기획력에 큰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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