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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Mar 28. 2022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엄지혜.
엄마, 직장인, 독자. 이 세 가지 정체성을 각별히 여긴다. 책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더 좋다.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질에 있다"는 말을 15년째 마음에 품고 산다.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날이었다. 회사의 책장을 훑다가  권을 골라 들었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책을 펼쳐 들었던 것은 저자 소개에 끌렸기 때문이었고, 이는 '행복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관계에 질에 있다' 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본인을 소개하는 사람은 일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말하는 '태도'는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지도 알고 싶었다.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마음이 말랑해졌다.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라는 문장을 좋아한다며, 어떻게 진심보다 태도가 중요한지를 말하기 위해서 책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저자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은 '존중'이라고도 했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고 언어를 탄생시키기에', '어떤 사람을 추억할 땐 실력이 아니라 태도의 말들'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고 태도를 읽을 뿐이라고', 그러니 '존중받고 싶어서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라고 했다.


나는 요즘 '본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던 터였다.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든을 떠나 중요한 건 '본질'을 보는 눈이라는 얘기에 길들여지려고 하던 터였다. 사소한 것을 중시 여기는 것이 '예의와 존중'이 아니라 나만의 '집착'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원석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눈이 부족한가 싶던 터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편을 만난 듯, 이런 메시지라면 온종일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는 저자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었던 한 마디 또는 책에서 발견 한 문장 총 100개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한 바닥씩 펼쳐지는 에세이다. 두어 시간 이 책을 냅다 다 읽고 나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편안해졌다.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진중하고 진실된 마음과 태도를 동시에 갖는 것. 우리는 사람이기에, 늘 사람과 일해 나가기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이다.




이 에세이에서 끌어올려 되새기고 싶던 말들.


p16

"성격은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누군가와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종종 이 말을 떠올린다. 상대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게 된 성격을 두고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상대방에게 변화를 요구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곰곰 생각한다.


p32

"다만 편지 같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시인 박준)

'편지 같은 글'을 생각해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는 게 아닌 상대를 배려한 문장. 업무 때문에 메일을 쓰더라도 안 한 줄 정도는 물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문장 뒤에 있는 마음을 짐작해 보려고 애쓴다.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박준 시인의 마음을 닮고 싶다.


p42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주체적인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관심사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p52

"성가신 일을 기꺼이 잘해 주고 싶게 만드는 이가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협업자를 존중하는 사람과 그저 부려 먹으려는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준)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덩달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잘 살아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빛이 아닌 뭉근하고 꾸준한 빛을 만들어 내느 사람들. 물론 그런 빛은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p69

"인터뷰는 기술이 아니고 태도" (인터뷰어 지승호)

메일 한 줄, 문자 한 줄, 메신저 한 줄에서도 한 사람이 읽힌다. 내가 배려하면 나도 배려를 받는다. 인터뷰는 말발로 하지 않는다. 글발로도 하지 않는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성실과 태도가 관건이다.


p106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소설가 한창훈)

아무 말하지 않고 어정쩡한 눈빛으로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체길 바라는 사람만큼 미련한 사람이 없다. 사람은 행동을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행동은 곧 태도일 테고.


p108

"한번 써 본마음은 남죠. 안 써본마음이 어렵습니다. 힘들겠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소설가 김금희)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기 마련인 마음을 붙잡고 서로를 토닥거리며 끌어당길 때, 우리의 첫 마음은 흩어지지 않는다. 내가 알듯 그도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써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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