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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Sep 04. 2022

무엇이 윤리적이란 말인가

나심 탈레브 <스킨인더게임> 

"저는 어떤 사람이든, 본인이 믿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 전가하지 않고)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널리스트들도 본인이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추천을 할 수 있어야, 그 추천에 대한 책임도 직접적으로 질 수 있고요" 


윤리 정책 포럼에 참석한 어느 날, 곧 있을 발표를 준비하고 있던 대표가 내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이 '윤리'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며, 그 자리에서 뚝딱뚝딱 핸드폰을 만지더니 카톡 선물하기로 책 한 권을 쓰윽 보냈다. 한 번 읽어 보라며, 어렵지 않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진짜... 책 안보내줘도 되는데... 저 아직 '안티프래질'도 다 읽지는 못했는데..."라고 말의 끝을 흐리며 소극적으로 저항했으나, 이 말에 행동을 멈출 사람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미 책 한 권이 카톡을 통해 들어와 있었고, 나는 그렇게 회사 대표가 인생의 멘토로 좋아하며 신봉해 마지않는 '나심 탈레브'의 책을 한 권 더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은 그의 '인세르토(불확실성)'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인 <스킨인더게임>. 


'스킨인더게임'은 '자신이 책임을 안고 현실(문제)에 참여하라'라는 뜻을 가진 용어라고 한다. 


<스킨인더게임> 개인적인 느낌 써머리 

1. 초반 잠깐의 졸림을 이겨 내면, (나심 탈레브st) 세상을 바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 

2. '바보 지식인들', '간접 주의자들은 인간적인 매력도 없다' 등 솔직한 공격적인 말들이 너무 웃긴다 ㅋ 

(*간섭 주의자란 어떤 상황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직접 참여하거나 아무런 책임을 질 일도 없음에도 해당 상황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여 개입하고 나서서 결국 무제의 취약성만 유발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3. 내가 회사 내에서 '간섭 주의자'였나? 생각을 잠깐 했다. 저격인가. (나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건가? ㅋ) 

4. 대리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컨설턴트나 언론사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이래서 PR 에이전시에서 오래 일하고, 미디어를 담당하는 나는 (......) 

5. 도전하는 용기가 최고의 덕이라는 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는 도전하는 사업가라는 말. 이 말이 좋았다. 루다가 우리 사회 안에서 다시 도전하고 친구로서의 의미를 찾아보는데도 이런 따뜻한 지지와 격려가 더 모였으면 좋겠다. 

6. 누구라도 현실에 참여할 때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책임지는 행동이 신뢰를 만든다. 이 말이 이 책의 핵심이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7. 삶 자체가 리스크와 함께 하는 거다, 리스크를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이 말은 '안티프래질' 때도 그랬지만, 나도 나의 현실을 고민하고 불안함을 떨치려 노력하는 와중에 큰 힘이 되었다. 




<안티프래질> 만큼은 아니었지만, 또 좋았다 이 책. 

나심 탈레브의 책이 늘 그렇듯, 나의 생각의 기준을 넘어 다른 방식과 형태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책을 읽음으로써 굳어있는 생각의 프레임을 흔들어 본다는 건 늘 놀라운 경험이다. 이렇게 또 나의 지평이 넓어졌다. 


나심 탈레브는 사회 안에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자 법칙이라고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파테마타 마테마타(patthemata mathemata)'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아픔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로, 자신이 관여한 일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갗이 까지는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3,800년 전 바빌론 광장에 세워져 있던 함무라비 법의 중심 원칙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 것'. 예를 들면 "건축업자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거주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건축업자는 사형에 처한다"라는 조항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재에 관한 문제로, 기계와 인간을 가르는 커다란 차이점이자, 더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을 가려내는 기준이라고도 말한다. 하여,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이나 기업 이름에 사업주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매우 좋은 메시지라고 보며, 반대로 미국에 거주하지만 세금 때문에 시민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들로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나심 텔레브가 TV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제로 얘기하게 되었을 때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의 핵심인 '행동과 책임의 균형'이라는 주제와도 잘 맞는 이야기. 

"저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쇼트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하지 말고,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뭐가 있는지 말하십시오" 

언론인들이 본인이 소유한 주식을 밝히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는데, 나심 탈레브는 시장 조작이나 이해 충돌보다도 나쁜 조언을 방치하는 것이 훨씬 더 부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해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유발하는 쪽에서 손실의 리스크를 함께 부담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 



이런 내용도 있었다. 도전하는 용기가 최고의 덕이라는 말. 이 말에 나는 괜시리 우리 회사나 제품의 상황이 겹쳐 보였다. 그러고 보면, 나심 탈레브는 불확실성에 뛰어들어 도전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나 창업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청년들이 있다. "저는 인류를 돕고 싶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빈곤을 퇴치하고 세상을 구하고 싶습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사업을 시작하세요. 작게라도 무언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 보세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을 하라. 부자가 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도전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기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도전하는 용기가 최고의 덕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는 도전하는 사업가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심 탈레브가 전했던 메시지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기에, 종종 찾아보기 위해 적어둔다. 나도 아래 것들을 피하며, 용감하고 가치 있게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야지. 한 마디 한 마디 새겨 읽어야 해.... 


다음의 일들만 피해도 우리는 꽤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힘이 없는 근육,
신뢰가 없는 우정,
결론이 없는 의견, 
미적 요소가 없는 변화,
가치가 없는 나이, 
노력이 없는 인생,
갈증이 없는 물,
영양이 없는 음식, 
희생이 없는 사랑, 
공정함이 없는 권력,
엄격함이 없는 사실,
논리가 없는 통계치, 
증명이 없는 수학, 
경험이 없는 가르침,
따뜻함이 없는 예의,
구체성이 없는 가치관, 
박식함이 없는 학위, 
용기가 없는 군인 정신,
문화가 없는 진보,
투자가 없는 협업,
리스크가 없는 덕행,
에르고드 상태가 없는 확률,
손실 감수가 없는 부의 추구,
깊이가 없는 복잡함,
내용이 없는 연설,
불균형이 없는 의사결정,
의심이 없는 과학,
포용이 없는 종교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임이 없는 모든 것. 

이러한 것들을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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