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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Jan 15. 2023

생에 감사해

감사와 겸손 그리고 몰입에 대하여.

이젠 징징거림이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나 싶었던 어느 날 밤, 회사 동료인 하진 님이 말했다.

지금 유퀴즈에 김혜자 선생님 나오셨는데.. 저렇게 늙고 싶네요. 소녀 같기도, 현명한 할머니 같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고. 이게 뭐라고 힐링되는 거죠?

그리고 며칠 뒤, 내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올려져 있었다. <생에 감사해> 김혜자.

책 표지 속의 김혜자 선생님의 표정이 너무 인자해서, 너의 그런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부터가 힐링이어서 후딱 책을 집어 들었다. 하루 만에 다 읽은 이 책은 감사와 겸손, 그리고 일에 대한 몰입의 대한 이야기였다.


'젊을 때는, 살 만한 때는 잘 모르지만 인생에는 언젠가 걷는 것에 감사하고, 숨 쉬는 것에 감사하고, 매사에 감사할 날이 찾아온다'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라는 말이 삶의 진리'라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생에서 바라는 건 큰 것이 아닐 질도 모른다'며,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보호해 주는 것이 전부일런지도 모른다고' 낮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일러준다.


관점을 바꾸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한 연극 공연을 할 때 맨 앞자리에 앉은 관객이 공연 내내 자고 있었고, '나 그 사람 때문에 연극 망쳤어'라고 했더니 스태프 한 명이 말했다고 했다. '그 사람은 가장 좋은 표를 사서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선생님을 얼마나 보고 싶으면 그렇게 했겠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게 일했으면 잠들었을까요?'. 이 '말을 들으니까, 정말 그렇겠구나 하고 생각했고', '마음을 바꾸면 불평할 게 없다'라고, '다 감사했다'라고 얘기한다. 관점을 바꾼다는 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고, 관계를 만드는 일이며, 그리고 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하는 일인가 보다. 이것이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연기의 몰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내겐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기도 했다. '다 서툴고 모자라지만, 연기에 대해서만은 완벽주의자'라고 고백하고, '내가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몰입의 순간들을 많이 가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인생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고', '내 귀중한 것을 희생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라며, '운이 좋았다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라고 얘기한다. 김혜자 선생님에게 연기는 '나'라고. 숨 쉬는 것처럼 연기는 그저 '본인' 그 자체라고. 그래서 '모든 대사를 가슴으로 읽으려고'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갔니...'라는 대사 한 줄을 놓고, 왜 하필 '갔니'라고 썼을까? 갔니, 갔다, 갔구나.... 이 차이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라고 했다.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를 계속하면서 배운 것은 힘을 뺄 때 정말 좋은 연기가 나온다. 사실 힘을 빼는 게 더 어렵습니다.'라고 얘기하는데, 이 책을 읽는 와중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힘을 빼고 집중하고 있더라. 편안하게. 평화롭게.


좋은 책 감사합니다, 하진 님.

몸과 생각에 힘을 빼고, 관점을 바꾸면서, 좀 더 평화롭게 살아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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