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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Apr 24. 2023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에 대해

폴 오스터 <빵 굽는 타자기>를 읽었다 

마침 책 좀 읽어보려 했고, 뭐라도 끄적거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고, 앞으로 입에 어떻게 풀칠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는 고민이었다. 그러다 작은 위로가 될 것 같아 집어든 책, 몇 년째 책꽂이에 숨죽여 있던 폴 오스터의 자전적 에세이, <빵 굽는 타자기>. 


이 책은 글쓰기로 밥 벌어먹고 싶었던 (현재는 성공한) 작가의 젊은 시절 실패담이자, 이 세상을 호령하는 돈의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려움이 닥쳐도 본인만의 방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밀고 나가는 인내와 뚝심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내려감과 동시에, 심장에 첫 문장이 꽂혔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고, 글 쓰는 일은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돈 문제에 짓눌려 허덕였다. (...) 돈이 없어서 노상 쩔쩔맸고, 거의 숨 막힐 지경이었다. 영혼까지 더럽히는 이 궁핍 때문에 나는 끝없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저명한 작가로 크게 성공한 그가, 젊은 시절 겪었다는 '참담함'이란 뭘까. 그는 그 궁핍한 시간을 거치면서 그의 내면에 무엇을 쌓아 올렸을까.  


폴 오스터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사이드잡으로 글을 쓰는 삶 대신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러기에 글쓰기가 메인이 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안정적인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명색이 작가인 자가 대학에 숨어서 고만고만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너무 평온하게 지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신조"였다고 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 가를 생각하면 안전한 곳에 편안히 들어앉아 있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면서. 


그러면서도 계속 시달리는 생활고에 "친구들은 그렇게 분별 있게 행동했는데, 왜 나는 그렇게 무모했던 것일까?" 한탄하고, "돈은 절대로 돈 그 자체만은 아니다. 돈은 언제나 돈 이외의 것이고, 돈 이상의 것이다. 그리고 돈은 언제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돈이 말한다. 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돈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라는 말도 돈에 한번 쪼들려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지. 


책을 읽으며 잠깐씩 졸다가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은 어마어마한 문장들이었다. 이렇게 멋진 표현과 비유를 해가며 글을 쓰는 (현재는) 유명한 작가조차 "걸핏하면 좌절감에 빠졌고, 인생의 낙오자라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다."라니... 그는 이 책의 첫 시작에서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를 유명한 작가로 만든 팔 할은 다양한 세상의 탐험, 그 경험의 축적, 온갖 어려움과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버리 않았던 꿈에 대한 의지였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실패를 거친 후, "시간을 얻기에는 일을 너무 많이 일했고, 돈을 벌기에는 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나는 시간도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라는 그의 글에 살짝 웃었다. 아니, 나는 지금 돈은 없지만 적어도 시간은 얻었잖아? 이 '궁핍의 시간'을 어떤 경험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그러다 보면 결국은 어떻게든 도움이 될 무언가가  쌓이는 축적의 시간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빵 굽는 타자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고, 나 자신에 대한 작은 기대와 믿음이 생겼다.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쌓여 앞으로 만들어낼 변화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이 시간이 얼마나 무기력해지든, 궁핍하든, 또는 실패하든, 결국은 어떻게든 내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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