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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May 16. 2023

이것은 함께 일하는 마음에 대한 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The ride of a lifetime)>

2022년 11월, 미디어에서는 해결사이자 구원투수, 제왕의 귀환 뉴스로 떠들썩했다. 디즈니가 실적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허덕이고 있던 시기, 전설의 CEO '밥 아이거'가 2년 9개월 만에 복귀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다음날 디즈니의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복귀 소식만으로도 주가 끌어올린 그가 궁금했다.


몇 년 전 썼던 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었고, 페이지가 빠르게 훅훅 넘어갔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이 책은 나만 몰랐던 것인가.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올라간 스토리며, 디즈니의 성공을 이끈 전략 방침들, 역사적인 M&A 딜을 진행하며 스티브잡스, 아이크 펄머터, 루퍼트 머독 등과 나눴던 생생한 대화까지 이어지니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책이다.


밥 아이거는 서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든 팀을 관리하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와 협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책의 말미에서는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리더십'이며 '지난 45년 동안 나의 길을 이끌어준 일종의 지도' 같다는 말로 본문에 소개한 스토리들을 다시 한번 짚어주기도 한다.


나에게 이 책은, 가장 강렬하게는, '더불어 함께 일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밥 아이거 CEO가 ABC 방송국에 입사한 이래 20가지 직무를 거치며 14명의 직속 상사를 모시면서 배운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낸 리더십의 핵심이자, 디즈니 제국을 이끈 M&A를 성사시켰던 비장무기였고, 그가 여전히 존경받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아, 물론 비즈니스 역량은 일단 기본으로 놓고 본다면 말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 밥 아이거의 대처

2016년 6월, 그는 18년 동안 디즈니에서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해 준비해 온 '중대한 과업'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앞두고 있었고, 밥 아이거는 시간을 쪼개 최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예상치 못한 2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올랜드 디즈니랜드 인근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과 올랜드 리조트에서 악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건. 게다가 디즈니랜드에 놀러 온 2살 남자아이가 공격을 당했다.


밥 아이거는 그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한다. '위기 상황에서 회사 대변인을 내세우기' 보다는 본인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현재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구술해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그 이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소파에 멍하니 있다가 몇 분 후에 다시 제니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 부모님과 통화를 좀 해봐야겠소"


디즈니 규모의 회사에서 이렇게 진행하기 쉽지 않을 터다.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 사람.


훌륭한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 낙관주의

밥 아이거는 진정한 리더십의 10가지 대원칙을 얘기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낙관주의'다. 그가 말하는 낙관주의의 중요성은 이렇다.  


"리더는 낙관주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인 요소다. 비관론은 편집증을 낳고, 그것은 다시 방어적인 태도를 불러오며, 그것은 다시 리스크 기피 성향을 유도한다. (…) 당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느낌 따위를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리더인 당신이 설정하는 분위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한 영향을 미친다. 누구도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감정이나 태도는 감염되기 쉽다. 특히나  리더라면, 그 감정이 문화가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외부 상황에 마음이 쉽게 움직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라, 이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를 볼 때마다 따끔했다.  


'우선 사항', 리더가 만드는 조직 문화

여러 책에서 얘기하는 포인트이긴 한데, 밥 아이거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의 중요함을 얘기한다.  


"기업의 조직문화는 많은 요소들에 의해 그 형태를 갖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가 ‘우선사항’을 반복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것이 바로 위대한 경영자와 나머지를 가르는 요건이다. 리더가 우선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변사람들은 일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과 에너지, 자본이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비효율이 만연하고 불만이 쌓이며 사기는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인간적인 요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믿음

리더십과 관련해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요소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다. 함께 일한 상사에 대한 깊은 존경과 배려가 활자에서도 그대로 느껴져서 이 사람의 인품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대개 이상한 방식으로 나에게 관심을 집중시킨다. 예를 들어 회사 외부 인물이 우리를 찾아와 미팅을 가질 때면 테이블에 동료들 여럿과 함께 앉아 있을 때조차 오직 나만 바라보며 나에게만 말을 거는 일이 빈번하다. 다른 CEO들도 나처럼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면 으레 동료들에게 칭찬과 관심을 돌리려 애쓰곤 한다. 또한 반대상황일 때, 즉 내가 디즈니 밖에서 일단의 사람들과 미팅을 할 때면 나는 테이블에 앉은 모두에게 일일이 말을 걸고 관계를 맺곤 한다. 비록 사소한 제스처일지 모르지만 조수로 취급되거나 무시당하는 느낌이 어떠한지를 잘 기억하는 나로서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누구든, 무엇이든 유악하다."


다른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요소는 존중과 믿음이었다. 그는 말한다. 공감과 존중이라는 토대 위에서 접근하고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얼마든지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픽사와 마블, 루카스 필름의 인수를 돌이켜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 회사들 덕분에 디즈니의 혁신이 가능했다는 점 외에도 각각의 협상이 단 한 명의 지배적 존재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최종적인 계약 성사 여부는 매번 인간적인 요소에 좌우되었다. 인간적인 진실성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스티브는 픽사의 본질을 존중하겠다는 나의 약속을 신뢰해야 했다. 아이크는 마블 팀이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조직 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자 했다.  그리고 조지에게는 자신의 유산이, 자신의 ‘어린 자식’이 디즈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리더의 품격, 진정성의 힘, 변화를 만드는 법, 함께 성장하는 마인드셋. 그런 지혜에 대해서 담겨있다. 그런 그가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떤 또 다른 전략과 리더십으로 변화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디즈니 주식 하나를 샀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

챕터 1. 배우다

룬은 스포츠 프로그램이란 이벤트를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훌륭한 스토리를 전하려면 탁월한 재능이 필요하다. 그는 내가 만난 상사 중 가장 유능한 인물이자 무슨 일에도 굴하지 않는 혁신가였지만, 주변에 자신만큼 유능한 사람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톰과 댄은 경험보다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며, 직원들에게 기존에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한 역할을 맡아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성장할 수 있는 자리에 앉히면 설령 익숙하지 않은 영역일지라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디즈니 밖에서 일단의 사람들과 미팅을 할 때면 나는 테이블에 앉은 모두에게 일일이 말을 걸고 관계를 맺곤 한다. 비록 사소한 제스처일지 모르지만 조수로 취급되거나 무시당하는 느낌이 어떠할지를 잘 기억하는 나로서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누구든, 무엇이든 유약하다.

톰과 댄은 리더십 덕목에 관한 완벽한 본보기였다. 그들은 나의 성장에 투자했고, 나의 성장을 바라는 자신들의 진심을 잘 전달했으며, 내가 궁극적으로 회사의 운영을 책임지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리더는 낙관주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인 요소다. 비관론은 편집증을 낳고, 그것은 다시 방어적인 태도를 불러오며, 그것은 다시 리스크 기피 성향을 유도한다. (…) 당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느낌 따위를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리더인 당신이 설정하는 분위기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한 영향을 미친다. 누구도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결국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의 주장을 계속 피력하면서 나의 통제권 밖에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과하지 말고 인정하라.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하라.


챕터 2. 이끌다

공감과 존중이라는 토대 위에서 접근하고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얼마든지 현실로 바꿀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큰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필요는 있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그만큼 빛나는 성과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협상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저평가한다. 적절한 존중은 앞길을 밝혀주지만, 존중의 부재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 그 무언가를 가장 위대하게 만들어라.

일에서나 삶에서나 진정으로 겸손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내가 누리는 성공은 부분적으로 나 자신의 노력 때문이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타인들의 노력과 지원, 본보기 덕분이다. 또한 동시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의 전과 전개 덕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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