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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계절 Jul 10. 2023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투자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에 대하여, <소로스 투자 특강> 

나이가 들수록 더 알고 싶고 존경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본인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고, 그 철학이나 신념을 고수하되,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기꺼이 자기 수정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이를 기록하며 나누는 사람. 우리가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사상가/실행가를 가까이 둘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내게 <소로소의 투자 특강>이라는 책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책의 타이틀만 놓고 보면, 수 조의 부를 축적한 해지펀드 매니저의 금융 투자 스킬에 대한 내용일 것 같지만, 사실은 '소로스의 강연을 통해 듣는 그의 관점(사고의 틀)'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소로스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떻게 투자의 길로 들어섰으며, 성공한 투자를 관통하는 사고의 틀은 무엇이었고,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조지 소르소는 애초에 철학자가 되고 싶었다. 영국에서 학업 마쳤을 당시, 돈도 없고 외톨이였던 그는 뉴욕으로 건너가 차익거래 트레이더가 된다. 본인의 꿈인 철학을 계속 놓지 않았지만, 본인의 생각 안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껴졌던 날 돈벌이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우리가 다 알 듯이) 큰돈을 번다. 


소르소 본인이 말하는 거대한 부의 창출 비결은 '사고의 틀'. 그는 책에서 '독자적으로 ‘사고의 틀’을 개발한 덕분에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어 돈을 벌 수 있었고, 박애주의자가 되어 자선 사업을 벌일 수도 있었다'라고 밝힌다. 인간사의 핵심적인 속성인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두 가지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하는데, 오류성과 재귀성의 원리다. 


오류성의 원리: 사람이 어떤 상황에 속해 있을 때,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 

재귀성의 원리: 이런 왜곡된 관점이 부적절한 행동을 낳기 때문에 그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은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연속적이고 순환하게 되므로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게 됨.


소로스는 이 개념을 금융시장에 적용한다. 시장가격은 항상 펀더멘탈을 왜곡하며, 금융 시장은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펀더멘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여기서도 순환적인 피드백 고리가 형성이 되는데, 금융시장에서 부정적 피드백은 자기 수정을, 긍정적 피드백은 자기 강화 과정을 거쳐 역동적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때 나오는 것이 소로스의 '거품 이론'이다. 현실에서 유행하는 '추세'와, 그 추세에 대한 '착각'이 서로 작용하면서 함께 강해질 때 거품이 형성된다. 이 거품은 1) 시작 2) 가속 기산 3) 검증을 거쳐 더 강해짐 4) 혼돈 5) 정점 6) 하락세 가속 7) 위기 절정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소로소는 '거품이 형성되는 모습을 발견하면 즉시 자산을 사들여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다'라고 말한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아 이 챕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자신은 없지만, '거품'이 나타날 때를 투자의 모멘텀으로 노린다는 것, 그리고 그 거품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소 중에 '추세'와 '착각'을 언급한 점은 흥미로웠다. 그가 말한 대로 '가치는 객관적 현실보다 인식에 더 좌우'되기에, 합리적 이성이 시장을 움직인다는 것은 판타지 일 뿐. 


'대리인 문제'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아 이걸 어디서 읽었었더라, 안티프래질이었나. 조지 소로소의 문제 제기, 특히 대리인의 윤리적인 부분도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열린 사회에 대한 소로소의 신념과 행동에 대한 얘기도 있고, 규제에 대한 생각도 나온다. 재미있었던 건 '역자 후기'에서도 있었는데, 나심 탈레브가 소르소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었다. 


"소르소는 운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지극히 개방적인 마음을 유지했으며, 조금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바꿨다. 그는 항상 자신이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인정했는데, 바로 그 이유로 대단히 강력한 존재였다. 그는 포퍼를 이해했다. 단지 글을 보고 소로스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는 포퍼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와 나심 탈레브에게 이런 극찬을 듣는 사람이라니. 


이 책, 재미있긴 했는데, 시장근본주의, 행동경제학, 계몽주의 철학, 포스트 모던 관점, 국가 자본주의 등등의 익숙지 않은 용어와 세계에 당황스럽게도 했다. 잘 이해도 못하겠고. 그래도 경제나 금융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경제/금융 관련 다른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땐 조금 더 커진 내 그릇만큼 더 많은 것이 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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