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를 위한, 혹은 CEO를 이해해 보기 좋은 책 <하드씽>
여러분, CEO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겁니다. CEO의 '숙명'은 '악전고투'라고 하니까, 놀라울 것도 없다.
스타트업 CEO는 어떤 일을 하는지 정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은 CEO가 되는지 매뉴얼도 없다. 그저 모든 것들이 CEO의 일이며, 잘 되든 못 되든 그건 CEO의 덕이기도, 탓이기도 하다. 숨이 막혀도 도망칠 수 없으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한다. 최대한 길게 버티면 운이 따라줄 수도 있단다. 이 와중에 좋은 소식이 있다면, CEO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일 뿐.
벤처캐피털 a16z 창업자인 벤 호로위츠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마주하는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에 대해 쓴 책이다. 2014년에 출간된 <하드씽(The hard thing)>.
벤 호르위츠가 라우드 클라우드와 옵스웨어를 창업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CEO들이 한 번쯤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한다.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 임원을 해고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충직한 친구를 강등해야 한다면 어떤 원칙에 입각해야 하는지, 직원 교육에 힘써야 하는 이유, 친구의 회사에서 직원을 빼와도 괜찮을지, 대기업 임원을 작은 회사로 데려오기 어려운 이유, 내가 해 본 적 없는 일의 적임자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 등등. 원론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벤 호르위츠 본인의 경험과 논리적인 설명이 뒷받침되니 설득이 안될 수가 없다.
스타트업과 경영에 대해 뚜렷한 어떤 관점을 획득한 느낌이었다. 스타트업의 문화, 절차, 인사, M&A 등을 어떤 각도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지 배웠다. 사실 나 같은 조무래기보다 실제로 고군분투하며 해답을 찾고 있는 CEO들이 더 도움을 받을 만한 책이기도 하다.
책을 덮고 나니, 큰 그림을 보고 맥락을 이해하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회사의 작은 조직원으로 일하더라도 내가 언제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따라가는 것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겠다 싶다. 스타트업에 들어가기 전에 읽었었더라면,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했겠지만.. 지금이라도 읽은 게 어디냐.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좋은 제품 관리자 vs 나쁜 제품 관리자' 파트였는데, 제품 관리자뿐만 아니라 여느 다른 직무로 확대해도 동일하게 적용할 만한 내용이었다. 너무 길어서 이 내용은 일단 빼고, 그 외에 인상 깊었던 지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방향성 참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깊고도 깊은 곤경에 처해 왔음을 알았다. 나말고는 어느 누구도 우리를 곤경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업었다. 이제 나는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조언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나는 구할 수 있는 자료와 정보를 원했지만,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권고는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정리해고에 대한 CEO의 메시지는 남는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
“자네는 회사에 남아서 직원 모두에게 현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말일세. 하루도 늦추면 안 된다네. 아니 1분도 지체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직원들이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해. 자네 밑에서 일할지, EDS로 옮겨갈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지 말이야" 그날 빌이 내게 해준 작은 조언은 회사를 재건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만약 우리가 그때 떠나는 직원들을 소홀하게 대했다면 남아있는 직원들이 나를 다시는 믿지 않게 됐을 것이다. 지독하고 끔찍하고 파괴적인 상황을 겪어본 CEO만이 그 시점에 그런 충고를 건넬 줄 아는 법이다.
스타트업 CEO는 확률에 의존하면 안 된다. 무조건 길을 찾아내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C라운드 자금 모집과 기업공개 과정을 통해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스타트업 CEO는 확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회사를 구축해 나갈 때에는 언제든 해법이 있다고 믿어야지 그것을 찾을 확률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그냥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90퍼센트든 0.1 퍼센트든 확률은 중요하지 않다. CEO의 임무는 언제든 똑같다.
강점이 많은 사람을 택하라
그간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임원을 영입할 때는 콜린 파월의 말 대로 “약점이 적은 사람이 아니라 강점이 많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원 규모 확대 능력을 예단하지 마라
미래에 생길 회사의 니즈에 따라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지 이론적인 견지에서 직원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비생산적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 규모에 따른 관리 노하우는 타고나는 능력이라기보다 습득하는 기술에 가깝다
- 미리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직원을 미리 판단하는 행위는 그들의 성장을 저해한다.
- 규모 확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임원을 너무 일찍 고용하는 것은 큰 실수다.
- 회사가 더 큰 규모에 다다르면 실제로 임원의 능력을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 인생 면에서든 조직 운영 면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
평시 CEO와 전시 CEO는 다르다. 보통의 경영서는 평시의 CEO만을 그릴뿐이다.
평시 CEO는 규약을 적절히 지킴으로써 승리에 이를 수 있음을 안다. 전시 CEO는 승리하기 위해 규약을 위반한다. 평시 CEO는 큰 그림에 역점을 두고 세부적인 결정은 직원들이 할 수 있게 권한을 위임한다. 전시 CEO는 가고자 하는 주된 방향에 방해가 된다면 깨알만 한 사항까지도 신경 쓴다. 평시 CEO는 기업문화 조성에 시간을 할애한다. 전시 CEO는 위기 상황이 문화를 규정한다. 평시 CEO는 항상 비상 대책이 있다. 전시 CEO는 때로 무리수를 둬야 한다. 평시 CEO는 폭넓은 동의를 얻으려 노력한다. 전시 CEO는 합의 형성도 좋아하지 않고 의견 차이도 용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