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교류라는 것이겠지
누군가 불쑥 책 선물을 보내줬다. 읽어보니 재밌기도 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논쟁으로 이어진 지점이 생각났다고 했다. 나는 언제나 책 선물을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이번엔 움찔했다. 책을 읽을지 망설였고,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발신자는 원래도 주변에 책을 잘 선물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도 몇 번 보내줬는데, 그 책들은 명확한 공통점이 있었다. 함께 얘기 나눴던 '다른 생각'에 대한 것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생각의 간격을 좁히기 어려웠던 주제, 그래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이슈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야, 이 책을 읽고 마음가짐과 태도 좀 똑바로 고쳐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던 <마인드셋>이 그랬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윤리는 이런 건데, 이런 지점에서도 생각 좀 해 봐"라는 맥락의 <스킨인더게임>도 그러했고, "그 넘의 제너럴리스트라니? 이 힘을 믿어봐"라는 의미의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착실하게 읽고 나면, 내 안에 늘 무언가가 남았다. 생각이 서서히 움직였다.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이를 '책'을 매개로 하는 '다른 생각'으로의 '확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 지점이다. 여기서 찝찝했던 거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나면 설득당하고, 내가 변하니까. 나의 가치관이 서서히 바뀌니까, 그래서 의구심이 생겼나 보다. 논쟁은 두 사람 사이에 있는데, 생각의 변화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 흐르는 듯했다. 그 사람의 믿음과 생각이 내게 일방향으로 주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a.k.a 가스라이팅)
그러다 뻗어나가는 생각을 멈췄다. 책이 좋은 이유는 삶의 철학, 사상, 관점 등을 교류하는 건데, 좋은 논지가 있으면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건 나의 선택이고, 책은 생각의 교류라고 해야 마땅하겠지.
건강하게 다른 생각이 만나는 지점은 크고 작은 깨달음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변화가 있다면야, 그조차도 즐기면 될 일. 내일은 선물 받은 책을 펼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