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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경 Aug 02.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3일 / 브레사노네 셋째 날 / 23.06.10

Adolf munkel trail


오늘도 건너편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9시 조금 넘어서 출발.

9시 34분 Zannes로 가는 330번 버스를 탔다.


Zannes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Zannes alm (alm, malga, hutte, rifugio 모두 다 산장이라는 뜻이다)

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스틱도 꺼내고, 신발끈도 다시 묶는다.

돌로미테의 산장의 화장실은 모두에게 개방된다.  

그래서 돌로미테에선 걷다가 어디든 산장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처럼 나무가 우거진 숲길보다는 탁 트인 산길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눈치 보지 않고도 화장실을 아무 데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어제 플로스 산장에 올라가 맥주를 마시고 내려오는데 어찌나 화장실이 가고 싶던지..

그런데 40분 정도 걸어 내려오는 내내 어디 몸을 숨길 데가 없었다.

그야말로 대명천지 밝은 햇살 아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걸어내려 가 La Finestra 산장 화장실에 들어갈 때까지 정말 하늘이

노랗고,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이거 내가 꿈속에서 실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도 도대체 어디 숨을 데가 없었다.

앞으로 걷다가 산장에서는 절대.. 절대 맥주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Adolf munkel trail을 걸어 Geisler까지 가기로...

초입엔 물론 지도와, 트래일 번호가 쓰인 표지판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도 초행인 내겐 헷갈리기만..

한번 헤매긴 했지만 다행히 독일에서 온 가족덕에 헤매는 순간마다 도움을 받아

무사히 geisler alm에 도착해서 비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오늘 점심은 토마토리소토와 애플주스.


밥을 먹고 벤치에 누워 잠시 쉬는데 갑자기 우박이 쏟아졌다.

아플 정도로 큰 우박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20여분 쏟아지던 우박이 멎고 다시 하산길.


내려오던 길에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한 독일인 부부와 함께 내려왔다.

내가 산 칸디도에도 머물 거라니까 그곳이 말러 Gustav Mahler가 머물던 곳이라며

음악 좋아하느냐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는 바흐를 좋아하는데 정말 바흐는 다른 차원의 음악이라고..

내가 최근에 우리나라 영화에서 말러의 5번 교향곡의 선율이 쓰이면서

한국에서 말러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더니 놀라워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오다가 내가 먼저 내리면서 인사했다.

 Nice to meet you two. Vielen dank. Gute Reise~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모두 독일사람들과 함께 한 셈.

저녁은 숙소 근처 바에서 맥주와 토마토부르스케다로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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