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혜경 Aug 24. 2023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돌로미테 28일 / 세스토 다섯째 날 /  23. 07. 05

Pratti di Croda Rossa (Rotwandwiesen) Meadows to Passo Monte Croce (Kreuzbergpass) mountain pass


9시 02분 440번 버스를  타고 발 피스칼리나 Val Fiscalina에 내리니 9시 25분.  보통은 어디서든 구글로 치면 버스시간이 거의 정확하게 나오는데 여기 Val Fiscalina만 노선이 나오지 않는다.  이곳은 직선도로상에 있지 않고 구간까지 버스가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곳인데, 그래도 다른 곳은 다 표시가 되는데 이상하게도 여기만 노선이 표시되지 않아서, 쎄스토에 오기 전엔 여길 차가 없이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여기서 로카텔리 산장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호스트가 알려주고, 숙소에서 받은 버스시간표를 보고서야 안심했다.


길을 건너 124번 트레일로 걷다 153번 트레일로 해서 Prati di Croda Rossa/Rotwand meadows에  도착하니  10시 30분. 거의 도착할 즈음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에 탄 사람들과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할 정도로 케이블카와 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몇 계단을 오르자... 야생화가 지천인 초원이 펼쳐졌다.  


산장에서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  오늘은 쎄스토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산행 후 계획이 있어서 아쉽지만 산장을 뒤고 하고 다시 걸었다. ( 여기서 차라도 마시면서 초원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졌다 나오지 못한 건 여전히 아쉽다. )


거의 다 올라갈 즈음엔 저 케이블카의 사람들이랑 서로 손 흔들며 인사할 만큼 가까왔다.
야생화가 흐드러진 초원이 펼쳐져있는 평화로운 정경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이들은 저렇게 놀아야 하는데..  돌로미테 대자연속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깔깔대는 아이들, 산악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페달을 밟는 젊은 청춘들을 볼 때마다 왜 이리 부러운지...  아이들이랑 여행도 많이 다니고, 참 많이 놀았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그래도 아쉽다.  아이들 어릴 때 제주도 바닷가나 어디 산골에 가서 방학 동안 집 얻어 한 달쯤 살고 싶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럴만한 집을 구하는 일을 엄두도 못 냈다.  그때만 해도 오래전이고, 거의 20여 년이 다 되어서야 한달살이라는 게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  


아이들이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바크를 깔아 안전하고 폭신한 길을 만들어 놓았다.


부러움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Passo di Croce 쪽 15번 트레일을 타고 내려갔다. 길은 내려올 때 잠깐 빼고는 오르고 내려오는 내내 숲 속 흙길인 데다 야생화가 지천인 초원.


오늘 트래킹 참 좋다.

회색구름이 잔뜩이던 하늘도 아직 흰구름들이 많긴 하지만 이젠 파란 하늘도 제법 보일만큼 맑다.


다 내려와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제법 햇살이 따갑게 비친다. 오랜만의 햇살이 반갑다.


쎄스토에서의 마지막 날은 다시 한번 Caravan park에서의 사우나와 agriturismo restaurant Kinigerhof에서의 저녁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우나엔  지난번엔 주말인 데다 날씨까지 비가 오고 스산해서 사람이 많더니 오늘은 평일인 데다 날씨도 괜찮아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실 내고 실외고 사우나마다 거의 혼자 있을 수 있어서 4시간 동안 사우나와 바스를 신나게 들락거리며 실컷 여유를 즐겼다.


지난번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 난감했던 터라 이번엔 샤워도 안 하고 물만 닦고 서둘러 나와 버스를 탔다.  

그새 밖엔 다시 세찬 비가 내리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식당까지는 언덕을 10여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판초를 뒤집어쓰고 걸어가는데  웬 승용차가 내 옆에 서더니 가는 데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타란다.  고맙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판초도 그렇고, 잠깐 걸으면 될 듯해서 사양하고는 걸어갔다.  


예약도 안 했는데 저녁시간이라 혹  자리가 없음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테이블이 있다.  너무 목이 말라 일단 맥주부터 달라고 해서는 정신없이 들이켜는 나를 보고 맞은편 식탁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시원하겠다는 표정으로 큰소리로 웃으며 아는 척을 한다.  저녁은 이곳 시그너쳐 메뉴인 햄버거로~  



세스토 마지막 날인 오늘 하루 완벽했다.

트래킹도 아주 좋았고, 사우나에, kinigerhof에서 저녁까지~

사우나에서 나올 때부터 내리던 비는 밤까지도 세차게 내렸다.

작가의 이전글 돌로미테.. 그 한 달간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