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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Sep 26. 2022

MBTI 과몰입

얼마 전 TV를 돌리다가 돈 스파이크 부부가 나온 금쪽상담소를 보게 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어 글을 쓴다.


상담 중 오은영 박사님이 하신 이야기인데,  사람은 가까운 친구와 소통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누군가 나에게 "넌 참 이기적인 놈이야. 하지만 가까운 사람은 잘 챙기더라"라고 말하면 나는 이기적이지만 가까운 사람을 챙기는 사람이 되고 그것이 나의 정체성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끊임 없이하지만 스스로 나에 대해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은 주변 사람들이나 오랫동안 사귄 친구들이 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귀담아듣게 된다. 위의 그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처럼 그렇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은 내가 내릴 수 없다.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나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내려줄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들 타인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 말은 참이 될 수 없다.


특히 한국은 고맥락사회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직설적인 언어보다는 은유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물 좀 달라는 말 대신 목마르지 않아? 와 같은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 사회에서 많이 친해지지 않은 사람에게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이며 이야기를 듣는 쪽에서도 '내 성격이 그렇구나' 하는 반응보다는 '네가 뭘 아느냐'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 


오랫동안 사귄 친구들에게서 내 성격에 대해 듣고 고민하고 아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불행히도 지금의 우리는 그럴 시간도 친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속성으로 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들을 찾게 되었고 한참 혈액형별 성격이 유행하다 이제는 MBTI가 되었다. 


단순히 그것들을 유사과학을 맹신하는 바보 같은 사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왜 그것들에 그렇게 열광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는 늘 소통을 이야기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정부에서 모두가 똑같이 그것을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을 하지 못하고 구호에만 그치는 것일까? 


앞서 소개한 고맥락문화적 현실,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를 거친 역사적 현실, 상대평가를 통한 비협력의 학습, 소통할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 사회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소통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기술이 부족하다.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다. 마치 상대가 처음 만들어준 음식이 아주 맛이 없으면 그다음부터는 그의 창작 요리에는 손도 대기 싫은 것처럼 소통 역시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처음 그것을 잘하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선입견으로 소통 그 자체가 어려워진다. 


올바른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MBTI가 없이도 자연히 나를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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