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호 Oct 04. 2022

윤석열차


부천 만화축제 고교생 수상작 중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확하게는 문체부가 이 작품에 상을 준 한국만화영상 진흥원 공모전에 경고를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논란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이유로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


첫째는 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고 일상적 관용어구를 아전인수식으로 좁게 해석하는 모습이 우습다. 2020년을 2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구태여 헌법 제21조를 다시 꺼내보게 될진 몰랐다. 불과 5개월 전 대통령 취임사에서 35번이나 불러댄 자유는 시민들의 것이 아니었나보다. 


문체부는 본 행사와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하다며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한 것은 행사 취지에 어긋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회적 물의는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이를테면 행사 관계자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수상자가 뇌물 혹은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상을 받는 경우가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고 해서 정부 기관이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억죌 정도일까는 의문이다. 정부가 일으킨 물의에는 관대하면서 지역의 진흥원의 물의에는 왜 그렇게 엄중히 경고를하는 것인가. 


둘째로 어른이 아이를 겁주는게 너무나 웃기고 치사하다. 해당 공모전의 수상자는 고등학생이다. 아이가 그린 만화에 어른들이 뿔이나서는 경고를 하네 조치를 취하네 하는 모습이 너무 꼴사납다. 얼마나 못났으면 말 그대로 어린 아이를 상대로 그토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해당 공모전의 다른 수상작을 보면 그 아이들이 얼마나 날카롭게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들의 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이의 행위는 모두 어른의 책임이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 것이 어른의 것이기에 그렇다. 


정부는 우리 시민의 취미생활, 정치적 견해 발표에 나서서 건방떨지 말고 겸허히 그들이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MBTI 과몰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