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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Oct 13. 2022

녹즙 배달원 강정민

책일기


녹즙 배달원 강정민

김현진 / 한겨레출판



"여기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을 돌며 녹즙을 배달하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남자들도 여기 있죠. 오늘은 녹즙 배달원 강정민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어릴적엔 소설을 많이 보았지만 어느샌가 소설은 나에게 너무나 불편하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세상과는 너무 달랐고 이질적이었다. 그렇지만 연서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들이 종종 나를 유혹했고 드디어 오늘 나는 그 유혹에서 졌다. 


강정민의 이야기는 너무 불편했다. 그녀가 겪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의 삶도, 알코올 중독자의 삶도, 힘든 여성의 삶도 나에겐 모두 불편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이토록 약자에게 모질고 치사한 곳인지 알고 있었지만 관념적으로 아는 것과 이렇게 날것으로 타인의 고통을 접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그녀의 행동이 너무 답답했지만 나 역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겐 참 답답한 사람이겠거니 싶다. 소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더 답답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여기 저기에 많이도 있어서. 


비록 소설이고 그 이야기들이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님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소설의 말미에 모든 이야기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허구 같아 더더욱 그랬다. 여러모로 답답한 이야기다.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우리네 한국 사람들이 모두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테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존재하는 세상임을 알고 있다. 


불편하지만 봐야 하고 알아야 한다. 내가 누리는 이 평화로운 삶의 한 구석에서 누군가 피흘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고개를 돌림으로써 외면했거나 배움이 부족해 알지못했던 그곳에서 누군가 애처롭게 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 같이 서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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