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모더레이터 되기 #2

아이스브레이킹

by 김민호

현재 미국의 클럽하우스는 사교를 위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가깝고 한국의 클럽하우스는 발언자와 청취자로 구분된 라디오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클럽하우스 사용자는 조금 더 엄격하게 자기 검열 후 발언을 한다. 그렇기에 발언자보다는 청취자가 많고 발언하고자 하는 사람도 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하는 클럽하우스의 모더레이터는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이다. 자기 말을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의 말을 끊고 막아야 하고 말 하기 주저하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해야 하기에 난이도는 더욱 올라간다.


내가 하는 말이 맥락에 어울리지 않을까,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을까, 한 번뿐인 기회를 허투루 보내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의 발언을 주저하게 만든다.



모더레이터는 그 사람들이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확하게는 말을 할 수 있는 방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모여 엄숙하게 자기 차례만을 기다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걱정하는 곳이라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가벼운 분위기를, 너무 업 되어서 이상한 아무 말을 한다면 분위기를 진정시켜 가라앉혀야 한다.


그 시작이 아이스브레이킹이다. 대부분의 아이스브레이킹은 몸을 쓰는 행위인데 클럽하우스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통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머와 칭찬, 리액션이다.


누군가를 웃기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가장 쉬운 것이 의외성이다. 지금과 전혀 맞지 않는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인데 클럽하우스의 프로필 사진을 활용하면 좋다.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관찰하면 찾을 수 있는 재미있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예를 들어 사진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면 '말씀하시려고 입을 벌리고 있네요'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포인트를 찾아보길 바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다르지 않다. '말씀 잘하시네요', '재미있네요',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어려운 내용 쉽게 말씀해주셨네요', '용기 내서 말씀하시는 모습이 멋져요' 등 모더레이터는 무엇이든 어떻게든 칭찬할 수 있는 것을 뽑아내서 상대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칭찬은 받는 사람에게 기쁨과 용기를 준다. 다만, 앞서 발언한 사람에게 칭찬을 무수히 던지면 다음 이야기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적당히 칭찬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클럽하우스의 많은 방에서 발언자 1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마이크를 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발언자의 발언 시간을 존중하고 끼어들지 않는다 라는 의도이긴 하지만 그 상황에서 실제 말을 하는 사람은 핸드폰을 쥐고 허공에 떠드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더레이터는 가능하면 누군가가 발언할 때 적당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좋다. 아니, 해야 한다. 너무 과한 맞장구는 피해야 하지만 '음~', '응~', '아~' 같은 반응은 해줘야 한다. 난 너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표시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발언자를 외롭게 만들면 안 된다.



이제 당신은 새로운 발언자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었다.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고 칭찬을 통해 자신감을 올려주고, 리액션을 통해 경청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발언자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상대가 입을 열게 해야 한다. 그 가장 강력한 무기가 질문이다.


질문에 관해서는 뒤에 자세히 또 다루도록 하겠지만 지금 가볍게 훑고 가자면, 여기서 하는 질문은 상대방의 말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것, 깊게 고민하지 않을 것, 조금은 길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민감한 주제는 피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혹시 어제는 어땠는지 방금 먹은 식사의 반찬은 무엇인지 맛은 어떻고 기분은 어떤지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많다.



클럽하우스의 방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speaker에게 먼저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처음 온 사람에게 다짜고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이름, 나이 정도만 얼버무리곤 한다. 그래서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기 전에 모더레이터가 먼저 나를 소개하고 해당 방에 대한 소개를 해주면 좋다.


여기서 내가 하는 소개가 새로운 speaker가 하는 소개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고 소개를 해주면 좋다.

나를 어떻게 부르면 좋은지, 내가 사는 곳은 어디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하고 방의 목적과 주제에 따라 조금 더 이야기를 해주면 좋다. 그리고 이 방에서의 나의 역할을 이야기 한 다음 방에 대한 소개를 하면 된다.


'이 방은 어떤 주제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고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했으며 현재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언제까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정도만 설명해도 좋다. 특히 앞서 했던 이야기들을 간추려 간단히 설명해주면 더 좋다. 공간에서의 불친절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모더레이터는 최대한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speaker가 소개를 마치면 현재 구성원 중 그와 비슷한 접점이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면 좋다. 비슷한 직업, 거주지, 연령대 등등 뭐든 좋다. 조금이나마 공통점을 가진 사람과 서로 인사하게 한 다음 기존에 있던 사람에게 새로운 사람을 챙겨 달라고 부탁 하자. 모더레이터가 전체 진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놓칠 수 있다. 그 빈틈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낯선 곳에서 소외받은 사람과 모두를 챙기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과 보살핌을 받는 사람, 여유가 생긴 사람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에게는 조금 과하게 말을 걸 필요가 있다. 그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가 이 대화에 참여하고 우리 무리 중 일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것들을 기억해주면 좋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들은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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