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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Jun 11. 2021

고양시 청년공간 현장간담회


오늘은 고양시 청년공간의 현장간담회에 참석했다.


 오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늦게 참석해 간담회의 앞부분은 아쉽게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간담회가 모두 끝나고 남은 몇명의 청년들이 뒷풀이 같이 이야기를 했고 그 내용이 참 좋았다. 


 먼저, 고양의 청년공간 간담회 이야기를 일부 들을 수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공간 매니저님의 이야기였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지만 행정의 속도라는 것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늦어진다는 이야기였는데,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그 이야기는 십분 이해가 갔다. 


 청년과 행정의 관계는 토끼와 거북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청년들이 토끼처럼 달려나가면 행정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인다. 답답한 이들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하다가 제풀에 지쳐 레이스를 포기하면 거북이는 느릿느릿 달려 결국 먼저 결승점에 도달 한다. 비단 청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랬다. 행정은 느릿느릿 본인들이 가려고 하는 곳으로 간다. 그렇게 움직여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움직이려 할 것이다. 


 사실 행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없는 존재다. 어쩔 수 없는 관료제의 한계인데 시민의 세금을 모아 집행한다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모든 일은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집행하고 그 결과를 검토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청년들은 그런 사이클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삶을 몽땅 행정의 사이클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항상 계획-실행-검토의 사이클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행정과 청년들 사이의 '잇몸'이 필요한데 우리는 입과 이가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앓던 이가 되어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른 공간도 그렇지만 고양의 청년 공간 역시 이용하는 청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어떻게 그 청년들을 유입 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인데 관련해서는 간담회가 끝나고 모인 뒷풀이에서 들은 이야기와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청년 공간, 청년 센터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길고 긴 논의 끝에 만들어진 간절한 공간이 아니라 마치 느닷없이 광복이 오듯 느닷없이 주어진 공간인 것이다. 이 공간의 주인은 청년이 아니라 시장이고 공무원 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공간이 만들어 졌고 그 결과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만들어 졌다. 마치 오래된 버스터미널 앞의 허름한 식당 처럼 모든 음식은 다 팔지만 어떤 음식도 먹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어떠한 식당이 개업을 하고 장사를 함에 있어 3년은 지나야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손님이 내 단골 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청년 공간도 그렇다. 이제 막 공간을 열어 두고, 그것도 아무나 오세요~ 라고 하고선 그 안에서 열심히 네트워킹을 하고 그 공간을 자기 집처럼 사용할 청년이 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일까.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만병통치약'은 결국 그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년이 지금 외치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약을 써야 한다. 청년 공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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