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우리, 둘째 아들 '갑자기'

#25

by 복지학개론

열 손가락 중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부모에게 자식이 하나든 둘이든, 다섯이든 열이든... 그 어떤 자식이라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일 것이다.

꼭 깨물어보지 않아도 부모에게 모든 자식은 본인의 살점이고 뼈이며, 복제된 완제품이기 때문이다.

'둘째'라는 말이 누구에게는 서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순서에 따른 표현이기 때문에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표현이다.

누구에게는 첫째에 이은 두 번째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가장 사랑하는 것의 다음 순서 일지 모른다.

나에게 둘째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둘째 덕분에 현재 세상의 흐름과 사회의 인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우고 있다.

이 이야기의 모든 핵심이 바로 둘째로부터 시작되었고 둘째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이야기는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책임지고 키워할 둘째, '갑자기'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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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위대한 녀석이야!"





사고뭉치, 발광쟁이, 건달, 왕고집 등등...

우리 집에서 갑자기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굉장히 많다.

물론 애교스럽고 사랑스러운 '애기, 막네' 등도 있지만 늘 이렇게만 불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녀석이 앉았다 떠난 장소는 쑥대밭이 되어 있으며, 동시에 굉장히 높은 성량의 집사람 목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갑자기! 너 어딨어?!"

눈치는 빨라서 자신이 혼날 것을 예측이라도 한 듯, 갑자기는 이미 사건 현장을 이탈한 후다.

하지만 범죄학에서 말하듯, 가해자는 반드시 범행 장소에 다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

"......"

방문 틈 사이로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던 갑자기는 눈치를 보듯 슬금슬금 뒷걸음을 친다.

그러나 언제나 정의는 승리하는 법.

곧 지 엄마에게 체포되고야 만다.

"정리해! 빨리!"

"정니(리)!"

이제 곧잘 우리가 하는 말을 부정확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흉내 내는 녀석이다.

알다시피 자기가 통제되고 있다면 화풀이를 하기 위해 큰 아이를 찾던 습관도 어느새 사라졌다.

깔끔하게 정리된 자리를 떠난 갑자기는 잠시 후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집안을 두리번거린다.

몇 살 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퍼즐을 사준적이 있다.

간단한 퍼즐이야 우리도 쉽게 뚝딱 맞추는데 피스 조각이 많아지면 금세 포기하는 수준의 퍼즐도 갑자기에게는 우스운 수준이다.

집사람이 숨겨둔 퍼즐을 갑자기는 기여코 찾아내고야 말았다.

"와르르~"

아직 갑자기의 만행을 발견하지 못한 집사람은 하던 일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갑자기에게 내가 슬쩍 다가가며 경고 아닌 경고를 주었다.

"너, 이거 이렇게 하면 엄마한테 혼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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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퍼즐 판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피스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아주 신중하게 피스 판 위에 올려놓기 시작한다.

자폐아들의 특성 중 하나인 집중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집중력이 남다른 갑자기는 이제 그 누구의 말도, 간섭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돼버렸다.




Q1.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폐아들의 집중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보통 30~50피스의 퍼즐을 맞추다가 6살 정도 되면 100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갑자기는 100피스 이상도 첫 그림을 한번 스캔해 놓은 뒤 하나하나 모양과 그림을 대조해보면서 퍼즐을 완성해요.

그렇게 앉아서 퍼즐을 완성하면 허리부터 다리가 엄청 아파서 앉아 있기가 힘든데, 갑자기의 집중력은 이 모든 것이 완성되어야만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로 굉장히 높죠.


Q2. 보통 자폐아들은 모두 이렇게 집중력이 높나요?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고요. 하지만 대부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죠.

집중력이라고 하기보다는 집착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이해가 빠르실 것 같네요.

자폐아들은 아스퍼거 증후군, 틱장애, ADHD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특정 행동에 대해 집착을 하는 것은 자신만의 루틴을 반복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자폐증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성 결여'이다.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유아기 아동들이 즐겨하는 소꿉놀이나 역할놀이를 할 때 또래 친구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자신만의 상황 설정과 세계관에 빠져있다.

언어가 지연되기 때문에 소통이 불가능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낸다.

때문에 집단놀이는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 갑자기가 즐겨하며 해달라고 졸라대는 집단놀이가 하나 있다.

자기 형, 사촌누나들과 함께 있으면 일명 '괴물 놀이'라고 이름 붙여진 우리들만의 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가 괴물이 되어서 그들을 잡으로 쫓아가는 건데, 협동으로 도망치면서 숨을 때도 갑자기가 맨 구석, 다음 큰 아들 등 자기들만의 서열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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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이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ㅠ"





Q3. 갑자기는 단독으로 놀지 않고 그래도 같이 어울리네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눈치를 못 챘던 것 같아요.

엄마랑 아기상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도 추고 엄마의 얼굴을 보며 활짝 웃고 그랬어요.

형 얼굴을 만지면서 자기를 똑바로 보라는 듯 형의 고개를 돌려 자기와 눈을 마주치고, 형 볼이나 입술에 뽀뽀도 해줘요.

사촌누나들을 만나면 부리나케 달려가서 같이 놀자는 듯한 모습으로 앉았다 일어났다 또는 박수를 치죠.

조금 같이 놀다가 힘들어서 잠깐 쉬려고 하면, 체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우리의 팔을 잡아당기며 뛰라고 해요.

사회성이 완전히 상실된 건 아니라는 말이었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힘들어도 조금 더 놀아주려고 애는 씁니다.

어려서부터 언어치료와 감통치료를 병행하며 지금까지 받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고, 주말이면 제가 애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 뛰어놀아서 아마도 그게 갑자기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자폐증을 가진 갑자기가 집 밖으로 나선다는 것은 우리 부부와 함께가 아닌 이상 큰 결심이 필요했고 용기도 필요했다.

저녁밥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큰 아들은 간식을 찾는데 마땅한 간식이 집에 없으면 나에게 눈치껏 마트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런 큰 아들이 애처로워서 알겠다는 답변을 건넨다.

"마트 갈까?"

나의 말을 들은 갑자기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입고 있던 윗옷을 벗기 시작하며 대답한다.

"마트!"

"저 놈도 가고 싶어 하네."

윗옷을 벗는 이유는 나갈 때는 반드시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걸 그간 훈련을 통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처음에는 불안해했었다.

갑자기의 돌발행동으로 어디로 튈지 몰랐기 때문에 혹시 경미한 사고라도 일어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걱정 마, 이제 우리 갑자기도 앞장서서 마트까지 잘 가."

"정말? 앞장서서 혼자 잘 가?"

"못 믿겠으면 따라와 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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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죽겠어..!"



사실 처음에는 갑자기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집사람 말대로 큰 도로를 건널 때는 신호등이고 뭐고 그냥 뛰쳐나갈까 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몇 번 마트를 다녀보니 차가 오면 멈추고, 앞장을 서도 우리가 뒤에서 빨리 안 오면 기다리고 있거나 도로 우리 쪽으로 달려온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갑자기가 집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며 믿어줘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트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올 때도 앞장서서 집으로 가는 길을 외우고 있다.

우리 갑자기가 많이 성장했다는 증거다.




Q4. 현재 갑자기가 받고 있는 특수치료는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언어치료부터 시작했습니다.

부모 기준에는 언어치료를 잘하는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필요했죠.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설 내에 우리 갑자기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어서 보호자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안타까운 게 성인만 이용하는 시설이고 이들이 성장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특수교육에 대한 개념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치료소에 관한 정보를 섬세하게 얻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맘카페 등의 검색을 통한 정보수집이 우선이었죠.

우리 아이의 장애를 의심하게 되면 치료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취약하더군요.

정부가 이런 부분을 좀 제공했으면 좋겠어요.

언어치료 외에 감각통합치료(일명 감통치료)라고 하는 것도 받고 있고요, 사회성 증진을 위해 집단프로그램도 받고 있습니다.


Q5. 특수치료와 관련된 치료소 등의 정보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해 주셨는데, 조금 더 말씀해주세요.


자, 우리 쉽게 생각해보자고요.

임신하고 건강하게 애를 낳았는데, 또래보다 늦어지는 것 같고 조금 이상하다는 마음을 가진 부모가 '아, 우리 아이는 장애인이구나~'라고 생각을 하겠어요?

조금 늦는 아이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거나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겠죠.

처음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으면 병원에서도 특수치료를 권장합니다.

'언어가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 '성장발육은 아주 좋으니 치료를 좀 해보자' 등의 말로 보호자를 안심시킵니다.

우리는 당연히 그런 줄 알고 특수치료를 받기 위해 치료소를 찾게 되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실력이면 실력, 아이를 대하는 친절도 및 각종 서비스가 좋은 곳을 찾으려고 부모는 노력하겠죠.

그런데,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검증되지 않고 공신력 하나 없는 곳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맘카페나 검색하면 나오는 알 수 없는 사이트들의 상담내용들...

입소문으로 찾아간 치료소는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거나 불친절한 경우도 있어요.

가장 심한 것은 우리 아이를 마치 완전한 환자 취급을 하는 곳도 있기에 괜히 기분만 상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누군가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거주하는 도시 내에 언어치료소가 몇 개소 있는데 주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몇 명이 있고 연령층은 이렇더라. 만족도는 이렇더라라는 데이터를 알려주면 참 고맙죠.

개인이 그걸 할 수 있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만족도 평점도 병원과 이용인, 정부가 합동으로 메길 수 있게 해야 공정한 데이터가 완성이 될 것인데 전혀 그런 것은 없고 오직 '입소문+맘카페+기대감'으로만 치료소를 찾으니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합니까?




우리 가족을 포함해 발달장애인 가족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누구처럼 머리에 띠라도 두르고 청와대 앞에 서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공감을 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겠는가란 희망을 걸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갑자기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아프기 때문에 더 소중히 키워야 할 책임감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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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내 강아지!"



오늘도 출근길에 큰 아이와 함께 갑자기를 차에 태워 학교 정문에 내려주었다.

자기 형과 학교로 등교하며 뒤돌아서서 하염없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던 갑자기의 얼굴 표정은 방실방실 웃음꽃이 피었다.

"다여(녀)오세요."

"'다녀오세요'가 아니라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야."

갑자기가 나보고 다녀오란다.

부정확한 발음과 표현이 틀려서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갑자기가 다녀오라는 말은 자기는 학교에 갔다 집에 갈 테니, 아빠도 퇴근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신호처럼 들렸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 아빠가 빨리 집으로 돌아와 놀아주길 바라는 건지...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갑자기를 보면 뭉클하다.

그 옆에 큰 아들은 갑자기의 가방끈을 꼭 쥐며 나에게 윙크를 보내준다.

저 두 녀석 때문에 나는... 오늘 아침도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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