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사회로의 완전한 탈출이 아닌 또 다른 탈시설화

#29

by 복지학개론


탈시설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거주시설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필요악이며, 시설 소규모화와 함께 인권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자신의 집처럼 삶의 공간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성한다면 탈시설의 의미 실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의 '광의의 탈시설'과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 내의 보편적인 주택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거주지의 선택 및 일상생활의 선택권을 장애인 당사자가 행사해야 한다는 '협의의 탈시설'이 바로 그것이다.

복지선진국이라 불릴 수 있는 미국은 1960년대부터 탈시설을 시작하여 대형시설을 소규모의 그룹홈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탈시설 정책은 대형화된 복지시설을 해체하여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만들 수 있고, 장애인을 사회로 복귀시키거나 자립생활을 돕는 등의 방법으로 탈시설은 필요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적 탈시설 말고, 장애인이 선택한 탈시설이 아닌 시설이 장애인을 밖으로 내보내는...

또 다른 탈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가~ 나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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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고 싶어~!"





시설을 이용하는 한 발달장애인이 뭔가에 홀린 듯이 신나게 박수도 치고 부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더라.

귀를 열고 자세히 들어보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인데 도통 무슨 노래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 발달장애인은 내 방 문쪽에서 마치 시위라도 하듯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저분이 요즘 왜 저런데?"

나는 그 장애인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가고 싶어요~ 밖에서 놀고 싶어요. 코로나 지겨워~ 지겨워~'

그러고 보니,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전염병으로 인한 방역수칙에 의거하여 시설에서 운영하던 '야외활동 프로그램'을 중단한지도 반년이 지났다.

사태가 심각해졌던 시기에는 2주간 휴관을 하기도 했지만, 지자체에서 휴관을 권고하는 기간에도 가정보호가 불가능한 장애인들은 '긴급보호'라는 형태로 시설에 등원했었다.

하지만 야외활동은 전혀 없었고 오직 축소된 실내 활동으로만 주간보호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분의 이유는 충분했고 답답함을 느낄만했다.

우리도 몇 개월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만 있으라고 해봐라.

물론 성향이 그쪽이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내 생각에 열이면 아홉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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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보내 달라고! 쫌~"



평소 장애인들에게 세상이란 규모는 어떻게 느껴질까.

특히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외에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런 장애인을 우리는 '재가장애인'이라고 부른다)들의 눈에는 과연 어떻게 인식될까.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은 굉장히 넓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한다.

그 말은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을 투자해서 도착지에 도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가장 빠른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수단을 이용한다고 해도 몇 시간 또는 하루가 족히 필요한 곳도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부산에 가기 위해서는 최소 5시간에서 6시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려 해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 세상은 넓고 할 일 또한 많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정 또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재미있는 통계자료가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전국 장애인 인구는 2,618,918으로 조사됐는데, 장애인거주시설 1,557개소가 설치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1,557개소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인원수는 고작 29,662명 만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용시설로 구분된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은 1,486개소로 거주시설의 인구보다 적은 장애인 인원수가 측정되기 때문에 이 둘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인구수는 약 5만 명의 정도로 추산된다.

즉, 약 5만 명의 장애인만이 복지시설을 이용한다는 통계조사다.

전국 260만 명의 장애인 중 2%의 비율인 5만 명의 장애인은 그나마 선택받은 장애인들이다.

가정에만 갇혀 있는 장애인, 시설에 와도 시설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

너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보호를 받는 장애인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공통점은 '실내생활이 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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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실내가 전부 아니야?"



지금의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며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시설 밖으로 나가라고 말한다.

장애인도 탈시설을 후 자립생활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사안은 다음에 따로 다뤄보겠다.

2019년 미국 자립생활지원교육기관 TLC-PCP '마이클 스멀(Michael Smull)' 회장은 "자립생활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선택하고 통제하는 삶에 기초해야 하며 어디에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누구와 살고 싶은지 당사자가 선택하고 이에 따른 통제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제도를 바탕으로 한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만큼 어려운 게 바로 탈시설인데, 나는 우리 시설 장애인들에게 조차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활동을 조심스럽게 준비해야겠다.

정부가 말하는 탈시설 말고, 우리 시설부터 장애인들이 야외로 나갈 수 있는 탈시설을 준비해야겠다.


장애인들에게 세계관은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혹시, 너무 좁은 세상에만 살게 만든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아닌 비장애인, 바로 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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