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 속의 많은 이해관계와 조직의 상호관계를 통하여 활동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작은 집단에서 시작하여 점차로 활동범위를 넓혀가게 되는데, 이러한 사회생활의 확장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인간관계는 연고관계, 친밀관계, 주종관계 등과 같은 개별적인 인간관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누군가의 소개로 알게 된 인간관계라면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만은 100% 신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의 배경을 보고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짜 마음으로 우러나와 만나는 사람의 행동은 다르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을 마치 포장하고 이용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인간관계를 끊어도 된다.
"몰라, 몰라~"
"우리 이렇게 친했어?!"
내 기억이 모순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그 사람은 사회복지분야에서 일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 맞을 것이다.
신(神)이 아닌 이상, 어떤 사람에게 이렇다 저렇다 단정 지으며 자격을 논하면 안 되는 것인 줄 잘 알고 있으나 내가 겪어 본 그 사람은 정말 이 일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본 그 사람은 사교성이 좋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형님, 누나, 동생'이라는 칭호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방금 만난 사람일지라도 마치 몇 해를 봐왔던 사람처럼 대했다.
사교성이 좋다는 것은 누구든 부러워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친분 형성을 악이용 하거나 역이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일 것이다.
지인을 통해 그를 만난 것은 올해 초 봄이었다.
지인 역시 그와 아주 오래된 인맥이 아닌 지인의 진인을 통해 만난 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사교성으로 둘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만남을 유지해온 사이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복지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지인의 말을 신뢰했는데, 지인에게 소개를 받은 그도 자신이 사회복지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항상 사회복지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열의가 있어 보였기에 그와 함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인사치레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그의 얼굴을 직접 보며 대화할 일이 없었지만, 그는 SNS를 통해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만의 인맥을 자랑이나 하듯 사진과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군."
그 후,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그와 다시 한번 마주치게 되었던 적이 있다.
"어, 원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잘 지내셨어요?"
그 근처에 있던 거래처를 방문하다가 내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인사를 건네더라.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던 중, 그가 달려온 방향에서 어떤 젊은 여자 한분이 엄청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 걸어오며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까 저희에게 뭐라고 하신 거예요?"
"......"
아마도 일행이 있었던 모양인데, 나를 만나기 전, 그가 여자분을 포함한 일행에게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다.
여자분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대답이 없는 그에게 여자분이 다시 묻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휠체어 타는 거 못 보셨어요?"
"봤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 좀 같이 타자는 게 그렇게 잘 못한 거예요?"
"누가 뭐라고 했다고..."
여자분의 따짐에 말을 얼버무리는 그는 얼굴이 빨개졌고, 당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오지랖이지만 내가 여자분에게 왜 그러냐고 묻자 나를 만나기 전 그가 한 행동에 대해 설명해 준다.
"짜증 나고 화나네..."
여자분의 말에 의하면 자신과 엄마, 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상가건물 3층에 있던 식당을 이용하려 했는데 휠체어를 탄 엄마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는데 만원은 아니었고, 두세 명은 충분히 탈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 그도 타고 있었단다.
몸이 불편한 엄마와 자신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동생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단다.
엘리베이터로 그녀의 엄마가 앉아 있던 휠체어를 밀려는 순간, 누군가 급하게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 했다는 것이다.
"잠깐만요, 잠깐만 같이 탈게요."
여자분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그가 짜증 난 목소리로 한마디 하더란다.
"엘리베이터도 좁은데... 그냥 1층에 있는 식당이나 이용하지... 에이..."
그의 말에 황당했던 여자분이 이렇게 물었단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정부가 밀집해있지 말라는데, 이 좁은 엘리베이터를 뭐하로 타요? 그냥 1층에 있는 식당이나 가지."
"몸이 불편하니까 엘리베이터를 타죠. 저랑 엄마가 탈 자리도 충분하잖아요."
그녀의 항변에 그는 찜찜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 말아야 할 한마디를 더 보태는데...
"이래서 병X들이랑은 말하면 힘들다니까."
"이 인간, 뭔 생각으로..."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처음 만난 여자분에게 한번 만났던 그보다 더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가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나의 팔을 잡아끌더니 그 여자분에게 내 허락도 없이 나에 대한 소개를 불쑥했다는 거다. 그것도 어이없게...
"아가씨! 이분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요?"
"이분 사회복지사야, 사회복지사! 복지시설 원장님이고 대학 교수님이셔. 어디 앞이라고 이렇게 큰 소리야?!"
엥?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고.
"그런데요?!"
여자분이 그래서 어쩌라는 반응으로 따지자, 그는 한술 더 떠 무척 어이없는 대답을 하더라.
"내가 이분하고 어떤 사이인 줄 알아? 그리고 사회복지하는 사람들이야, 우리!"
기가 차고 코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내 팔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뿌리치고 여자분에게 정중히 사과드렸다.
"이분이 잘 못하셨네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지만, 저는 이분을 오늘 딱 두 번 만난 사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내 갈 길을 찾아 떠났다.
그 뒤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끝났다.
"이런 빌어먹을 녀석..."
사람과 사람이 만난 다는 것, 순간의 아주 짧은 만남이어도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이 그 여자분 가족에게 했던 언행은 어떤 의도였을까?
그의 변명처럼 정막 악의적인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길 바라지만 상황상 나를 소개하며 자신을 방어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두 번 만난 나를 걸고넘어질게 아니라 우선적으로 정중히 사과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어야 했다.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만일 그 여자분이 '나'였고 휠체어를 탄 엄마가 우리 '갑자기'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쌈닭 변신!"
'개인주의'가 많아지는 요즘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고 좀 더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세상은 진화할 것이고 그로 인해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날 테니.
한 가지 우려하는 것은 개인주의라는 포장지를 덮고 있는 '이기주의'가 많아진다면 지금 세상은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고로, 아무나 만나고 아무나 유대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