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꼭 너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33

by 복지학개론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지기 전에는 '동무'라는 단어의 사용이 굉장히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북한이 동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동무라는 단어에 또 다른 말을 합쳐 사용(어깨동무, 길동무 등)하게 되었고, 순우리말 '벗'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다가 문장체로 딱딱하다며 한자로 풀이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친구'라는 말이 생겼다는 기록이 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자지만,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의하면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했단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을 펼친 그는 진정 철학자가 맞는 듯하다.

하지만 철학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인생을 살면서 떨쳐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게 공감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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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검색질..."



나는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며,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이용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면 다양한 느낌이 들지만 유독 하나, 안쓰럽게 느껴지는 게 있다.

"외롭지 않을까?"

만일 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친구'라는 존재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이용 장애인들을 살펴보면 시설 내부에 있을 때 외에 별다른 사교활동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외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장애인들도 많지만, 실내가 주요 생활터전인 장애인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갑자기가 처음 발달장애인 판정을 받았을 때도 걱정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회생활'이었다.

지금이야 내가 있는 한, 애가 무슨 짓을 하든 아무 상관없겠지만 진짜 문제는 내가 죽고 난 이후이다.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며, 이끌어주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갑자기를 보호해줄 보호자는 큰 아이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바람일 뿐이지 큰 아이에게 갑자기의 인생을 전적으로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큰 아이도 그 아이의 삶이 있고 그 아이가 누리고 즐겨야 할 세상이 있다는 걸 알기에 갑자기에게 친구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인간관계라 생각된다.

근래에 들어 갑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뭔가를 해주고 싶다.

혹시 아는가? 내가 저 아이에게 잘 보여 날 좋아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내 아들 갑자기와 친하게 지낼지.

그렇게만 된다면 갑자기에게 좋은 친구가 생길 수 있고 결코 혼자 삶을 살아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나만의 희망 때문이다(오해받을 소지가 많아 실제 실행은 못하고 있다).



"꼬마야,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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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현재 갑자기에게 유일한 또래 친구는 지 형이다.

큰 아이도 갑자기를 잘 챙기지만 요즘 들어 바람(?) 아닌 바람이 났다.

성장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말로 큰 아이를 꼬시고 꼬셔 태권도장을 다니게 하고 난 이후다.

사실 큰 아이는 태권도장에 다니기 무척 싫어했다.

"아빠, 나는 발차기가 무서워."

"그래도 해봐야 하지 않겠니?"

"아빠, 나는 운동은 하지 않을래."

"......"

태권도장을 왜 무서워하고 싫어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간신히 설득해서 보낸 태권도장을 이제는 자기의 유일한 '낙'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동생 갑자기와 놀아주는 시간이 줄었고 태권도장에 동생과 함께 가라는 말을 거절하며 태권도장만은 자신만 다니고 싶다고 한다.

만일 갑자기가 태권도장에 나타나면 집단활동을 함에 필요한 규칙들을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에 본인이 피곤해질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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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멀리할 거니?"



갑자기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 갑자기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을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갑자기와 교우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어 갑자기 내면에 있는 사교성을 자극시켜 더 많은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만들게 해 주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존중한다.

그런데 요즘 전염병으로 난리인데?

수도권을 제외하고 몇 명 이상 집합 금지라는데, 어떻게?

만일 어떻게 어떻게 해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생겼다고 해도 발달장애인의 특성 중 하나인 사회성 결핍이라는 장애특성을 극복한 방법은?

나의 소원은 통일도 아니요, 세계평화도 아니다.

현재로서는 갑자기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소원일 뿐이다.

친구가 생기기 전, 나와 집사람 그리고 큰 아이는 최선을 다해 갑자기의 절친이 되어 줄 것이다.




<친구>


매일 같이 찾아와 종알종알, 매일 같이 시끌시끌

매일 같이 둘이서 재잘재잘, 매일 같이 옹기종기

매일 같이 어디든 함께함께, 매일 같이 오손도손


그게, 친구라는 존재다.


친구가 온다. 같이놀자고.

친구가 있다. 부러울만큼.

친구가 간다. 아쉬워마라.


그게, 친구라는 존재다.


부모가 함께한다. 평생토록.

형제가 함께한다. 매일같이.

친구가 함께한다. 죽는날까지.


그게, 넌 절대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 갑자기에게...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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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만 믿어,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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