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깨라고 있는 건가, 깨지라고 있는 건가?!

#35

by 복지학개론

약속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미리 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맹약이라고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선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위키백과).

간혹 약속을 한 뒤, 자신에 의해 깨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대에 의해 혹은 누군가에 의해 깨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에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닌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 서로 나누는 맹세일 것이다.

적어도 우리 집처럼 어중간하지만 않다면 말이다.



"너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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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켜."





주말이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대부분 기분 좋은 날이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는 셀러리맨들에게는 업무에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이며, 자영업자는 평일 불황을 이겨낼 찬스가 될 수 있는 날이고, 전업주부들에게는 한 끼 정도 짜장라면을 남편에게 얻어먹을 수 있는 날일 것이다.

나 역시 주말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지만 평일 시설업무 외에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집에서 하는 또 다른 업무는 내 의지와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닌, 특정 가족원(집사람, 큰 아들, 갑자기)과 반강제적(?) 약속으로 진행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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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출근!"



보통 집에서 하는 업무와 관련된 약속을 하면 피곤하다는 이유와 귀찮다는 이유로 아빠 혹은 남편이 깨는 경우가 일상적일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체결된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다음의 상황을 보고 '깬 것인지 깨진 것인지' 생각해 보자.


① 주말 함께 놀아주기(야외활동 등)


간지럼을 태우며 놀아준다거나 말을 태워준다거나, 총싸움 등을 하는 건 평일 야간에 살짝살짝 가능하지만 야외로 나가 활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큰 아들은 집에만 있으면 왜 밖에 안 나가냐고 짜증을 내더니, 주말마다 밖에 나가자고 약속을 하란다.

뛰어 놀 나이,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기도 할 것 같아 약속을 했지만 그 이후부터 일춘기가 왔는지 요즘은 집 밖으로 도통 나가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말이 되어 가족에게 의사를 물어본다.

"나가자."

"어딜?"

"애들 데리고 나가서 좀 놀다 오자."

"어딜 가~"

집사람은 집순이다...-_-

큰 아들에게 묻는다.

"나가자."

"어딜?"

"동생이랑 나가서 좀 놀다 오자."

"어딜 가~"

지 엄마 아들 아니랄까 봐...-_-

갑자기에게 묻는다.

"나가자."

"마트?"

"아빠랑 나가서 좀 놀다 오자."

"헬로~ 카봇, 도와주빼요!"

"......"

이 업무에 대한 약속은 깬 것인가 깨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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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고, 쫌!"



② 큰 아들과 게임해주기


매주 스마트폰을 쥐고 사는 아들에게 집사람은 훈육 차원에서 유튜브는 평일 정해진 시간에 볼 수 있지만 게임만은 주말에만 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큰 아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내 옆으로 다가와 게임을 같이 해주길 바란다.

그래, 주말에 밖에도 안 나가는데 이거라도 해줘야지.

평소 순둥이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큰 아들과 게임을 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승부욕이 장난 아니네."

자동차로 레이싱을 해서 순위를 정하는 게임을 자주 하는데, 만일 경주를 해서 1등을 못하면 곧 울음바다가 된다.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음 경주를 한다.

4등, 3등, 2등.... 그리고 끝내 1등으로 레이싱의 가장 높은 자리의 시상대에 오른다.

대... 대단한 집념이다.

잠에 들기 전, 30분 정도 게임을 해주는데 보통 10시에 게임을 끄고 잠을 자기 위해 이층 침대로 향한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여운이 남았는지 10분만 더 하면 안 되느냐고 사정을 하는 녀석.

"아빠, 10분만."

"엄마한테 물어봐."

"아빠, 그럼 5분만."

"엄마한테 물어봐."

"아빠, 그럼 한 판만."

"엄마한테 물어봐."

"......"

끝내 아들은 게임을 끄고 이불속에서 울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이 업무에 대한 약속은 깬 것인가 깨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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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결정권이 없어..ㅠ"



③ 집안일 도와주기


집사람은 전업주부다.

원래 사회생활을 했었는데, 갑자기의 느닷없는 기습(?) 상황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나는 밖에서 일을 하지만 집사람은 원치 않는 경력단절을 맛보고 있다.

남편은 집사람의 집안일을 절대 도와주는 게 아니다.

남편은 집사람과 집안일을 '함께' 하는 거라는 게 내 소견일 뿐.

쉬는 날은 집사람과 함께 살림을 하는 약속(사실 집사람에게 유언의 협박도 받았...)이 나 스스로 정해졌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소파에 앉아 멍~ 하니 텔레비전을 본다.

물론 가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받기도 한다.

"오빠."

잠에서 덜 깬 나에게 간단한 아침을 만들던 집사람의 호출이 시작된다.

"청소기로 바닥 한 번 밀어."

"응."

"위이잉~ 위이잉~"

"오빠, 쓰레기 좀 버리고 와."

"응."

"착착착~"

"오빠... 오빠... 오빠..."

"...응."

이거 저거 열심히 나름 집사람 아니, 마나님의 명령을 수행하고 음식 냄새에 코가 벌렁벌렁 거려온다.

"오늘 아침은 뭐야?"

"찌릿~"

내가 무슨 잘 못을 한 것 같다.

왜 저렇게 노려보는 건지... 차가운 집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냥 주는 데로 먹어주지 않을래?"

"네."

잊고 있던 명언이 떠오른다.

'엄마와 집사람은 다르다'

아침에 배가 고픈데, 음식 냄새가 나기에 어떤 음식인지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반찬에 유독 집착하는 아이들과 나의 기대치에 부응해주면 어디가 덧이라도 날까.

기분이 상해 집사람의 호출에 반응하지 않고 있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를 달달 볶는 그녀.

난 파업을 선언할 테다!

이 업무에 대한 약속은 깬 것인가 깨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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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메뉴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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