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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지학개론 Oct 19. 2022

위풍당당, 착한 사람들

1. 억울하지 않은... 오히려 미안했던 삶(1-2)


※ 본 내용은 특정인 및 특정 사건과 무관하며, 허구로 작성된 소설임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1-2) 저희는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어느덧, 화물차에 잔뜩 실려있던 모든 연탄을 뒷마당 창고로 옮겼을 때쯤 어딘가를 다녀온 듯한 할머니 한분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아이고... 모두 고마워서 이를 어쩌나...”


할머니의 등장과 함께 허참내 단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굉장히 반갑게 맞이한다. 위풍당당 삼총사는 곧 봉선 댁 할머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할머님, 저희에게 도와달라고 전화 주셨죠?”

“아, 그 위풍당당복지서비스센터 선생님들이시군요.”

“네! 저희가 아까 전화받은 위풍당당들입니다.”

“고마워요.”


흐뭇한 미소에 부드러운 눈매, 호리호리한 체형, 거친 손등만 봐도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살아오셨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탄을 나르던 그때 창고 안에서 만세를 외치며 연탄봉사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연탄 이천 장 끝!”

“만세!”


봉사단원들은 서로 수고한 과정을 격려하며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봉순 댁 할머니는 집을 나서는 사람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고마움을 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나섰고 대문 앞에는 봉순 댁 할머니와 허참내 단장 그리고 위풍당당 삼총사만 남게 되었다.


“선생님들도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렇게 도와드릴 수 있어서 행복한걸요.”

“언제든 마을 일이라면 불러만 주세요.”


허참내 단장의 감사 인사에 강하리와 지성인이 환한 미소로 대답했고 그 모습에 미소 짓고 있던 봉순 댁 할머니가 커피 한잔하고 가라며 이들의 발길을 다시 집안으로 이끈다. 지성인은 이정도에게 활동하기 전 미리 준비한 것을 실행하라는 눈빛 신호를 보내자 이정도는 알았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봉순 댁 할머니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한다.


“할머님, 이건 저희가 활동한 것에 대해 동의를 받는 서류고요. 뒷장에 할머님에 대한 사연을 기록하고 보관해도 괜찮다는 동의서예요. 만일, 동의하시지 않는다면 저희는 할머님에 대한 사연을 기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돼서...”


이정도의 설명을 듣던 봉순 댁 할머니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에 살짝 당황하시는 모습이었고 이를 지켜본 지성인이 보충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이해가 되지 않으셨다니 제가 다시 한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할머니의 요청으로 연탄봉사활동을 한 것에 대해 맞으시면 이 서류에 동의라는 글자 옆에 체크를 해주시면 되고요. 지금부터 할머니가 살아오셨던 과정부터 현재 할머니의 사정에 대해 저희가 사례관리를 해도 좋다는 동의를 얻는 거예요. 싫으시다면 동의해주시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저희는 할머니와 좀 더 오래 만나고 싶고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고 싶어서 이런 동의를 요청드리는 거예요.”


지성인의 설명을 들은 봉순 댁 할머니는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됐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괜한 농담을 던진다.


“나처럼 늙고 못생긴 할망구를 뭐하러 자꾸 보려고 해요?”

“저희는 오늘 이 집에서 늙고 못생긴 할망구를 본 적이 없는데요? 정말 예쁘고 열심히 살아오신 할머님만 봤을 뿐...”

“호호호. 말도 예쁘게 하시네.”


밝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미소는 보지 않아도 만져보지 않아도, 소리만 들어도 사람의 기분을 투명하게 만드는 마법을 만든다. 강하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할머니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입을 연다.


“할머니, 요즘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어서 이렇게 직접 서류를 받아야만 저희가 앞으로 계속 할머니를 더 자세히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개인정보수집‧활용동의서에 동의해 주실 거죠?”

“그럼, 그런 게 필요하다면 동의해 드려야죠.”

“할머니~ 말씀 놓으시고 저희를 손녀, 손자들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호호호.”


※ 여기서 잠깐!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고 이렇게 식별된 데이터를 개인동의 없이 활용하여 범죄 등에 악용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확실한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함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개인정보 유형에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의 ‘일반정보’와 소득, 재산상황, 부채정보 등의 ‘경제정보’, 학력, 성적, 직업 등의 ‘사회정보’, 이메일, 인터넷 로그 등의 ‘통신정보’, 사상, 신념, 건강, 성생활 등의 ‘민감정보’ 등이 있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공포되면서 개인의 권익보호를 우선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에게 개인정보수집‧활용동의서를 얻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봉순 댁 할머니가 손뼉으로 박수를 치더니 자리에서 부랴부랴 일어선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커피 한잔 드리려고 했는데...”

“할머니, 커피 어디에 있어요? 저희가 타 올게요.”

“아니에요. 손님이니까, 제가 준비해서 드려야죠.”


눈치 빠른 지성인이 커피를 대신 타 오려 하자 봉순 댁 할머니는 마다하며 자신이 커피를 준비해 온다고 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던 지성인은 작은 목소리로 주절거리는데...


“할머님, 그렇다면 저는 설탕 많이요.”


강하리와 이정도는 그런 지성인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눈치를 보낸다.


“아니, 타 주신다고 하시길래.”

“눈치가 저렇게 없으니 아직도 애인이 없지.”

“뭐? 그게 왜? 뭐~?”


커피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한 봉순 댁 할머니를 뒤로하고 허참내 단장은 이들의 재미있는 상황에 미소 지으며 말하신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시설보조도 받지 않는 복지센터를 왜 오픈하셨어요?”


허참내 단장의 질문에 잠시 투닥거리던 이들은 다시 진지한 모드로 돌변했고 지성인이 검지 손가락을 뻗어 하늘을 가리키며 먼저 대답을 시작한다.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이십니다. 저희가 왜 지원도 받지 못하는 복지센터를 오픈했느냐 하면, 그건...”


똥폼을 잡던 지성인이 대답하려던 찰나, 옆에 앉아 있던 강하리가 말을 가로채며 대답을 한다.


“어느 조직에 속해 급여를 받으면 얽매이잖아요. 매일 같이 짜인 프로그램과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고정적 민원이 대부분의 일과가 되는 게 싫었어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경험하고 싶었지요.”


당황한 지성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허참내 단장은 무료봉사의 어려움을 말해주며 지금이라도 법령이 정한 복지시설로의 시설 설립을 제안한다.


“여러분의 젊음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의 밑거름이죠. 작은 씨앗은 크게 성장하기 위해 뿌리를 내립니다. 뿌리는 주변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무엇인지 모를 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죠. 줄기가 솟아오른 뒤 장미 일지 잡초 일지 그건 결정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내 주변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 결정된다는 말이죠.”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복지서비스를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훗날 이런 경험을 모아 정말 제대로 된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고 싶어요.”


허참내 단장을 듣던 강하리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허참내 단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 좋은 환경과 지원 속에서 발전하라는 당부를 전하고 싶었다.


“여러분, 제 생각이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 위한 것은 어쩌면 얽매인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여러분들은 경제적인 영양분 섭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업의 확장도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도 돈은 반드시 필요한 영양분이니까요.”


숙연해진 분위기 탓이었을까. 앞마당을 통해 불어오는 낮은 바람 소리마저 스산하게 들려왔다. 허참내 단장이 다시 묻는다.


“센터 운영비나 사업비, 활동비 등은 어떻게 충원하나요?”


질문을 받은 강하리가 대답하려하자 이번에는 지성인이 말을 가로채며 대답한다.


“역시나 좋은 질문이십니다. 우선 저희가 대학 때부터 모아둔 소액의 자본과 부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매우고 있죠.”

“부업? 부업이라면 어떤 것을...”


위풍당당 삼총사의 부업 이야기에 허참내 단장이 부업에 관해 묻자 이정도가 대답한다.


“저는 가끔 일용직으로 공사장도 다니고, 하리누나랑 성인이형은... 아니지, 강하리 센터장님과 지성인 부장님은 파트 타임직을 하고 있고 있습니다.”

“파트 타임?”

“네. 일명 알바라고 하죠. 아르바이트.”

“아... 알바...”


허참내 단장 눈에는 이들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마을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복지서비스를 제한적이지 않게 해보고 싶은 도전과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말없이 그렇게 잠시 눈빛만 교차하는 가운데 강하리가 허참내 단장에게 묻는다.


“단장님, 혹시 저희가... 한심해 보이시나요?”


강하리의 질문을 받은 허참내 단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요. 전혀. 위풍당당복지서비스센터 이름이 왜 위풍당당인지 몰랐는데, 이제 조금 이해가 되네요. 나는 당신들을 적극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허참내 단장의 말을 들은 위풍당당 삼총사는 허참내 단장의 말에 감사의 미소를 입에 머금으며 가벼운 목례로 인사한다.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을 소중히 여겨 더 큰 조직과 단체 설립에 꿈을 지닌 위풍당당복지서비스센터를 응원한다는 허참내 단장의 말은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자극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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