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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지학개론 Oct 17. 2022

위풍당당, 착한 사람들

1. 억울하지 않은... 오히려 미안했던 삶(1-1)


※ 본 내용은 특정인 및 특정 사건과 무관하며, 허구로 작성된 소설임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1-1) 봉순 댁 할머니


“어이~ 김 씨, 이리 와서 이것 좀 도와줘!”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공기가 코끝을 찡하게 만들던 어느 날, 작은 집 뒷마당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뒷마당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하는 한 자치단체의 회원들이다. 얼굴에 다양한 방법으로 검은색 줄무늬를 그린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른두 장이요, 세 장이요~” 

“옷샤읏샤~” 

“서른네 장이요, 다섯 장째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연탄이 들려 있었고 그 연탄은 뒷마당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했던 모양인지, 사람들의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우와~ 몇 장 나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오네.” 

“이런이런... 군소리 말고 빨리빨리 날라!” 

“아이고... 이럴 때 더도 말고 세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네.” 

“이 사람아!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겠어? 진 빼지 말고 빨리 이 연탄이나 받아!”     


부족한 일손에 안타까운 한탄이 흘러나올 때쯤, 구세군처럼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가을 하늘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 검은 그림자처럼 모습을 드러낸 세 명, 그중 막내인 이정도가 포켓몬스터의 대사를 묘사한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겠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그리고 곧 강하리와 지성인이 파워레인저가 등장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더니...     


“이 마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위풍당당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하리!” 

“그리고 나 성인! 이 마을을 누비는 우리 위풍당당들에겐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짜잔~(까악 까악...)     


연탄을 나르던 사람들이 멍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자,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던 세 명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민망했던 상황이었기에 강하리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입을 뗀다.      


“쿨럭... 아... 안녕하세요.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호호호...” 

“누... 누구셔?” 

“아, 저희는 마을 내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 아니, 사회복지사들입니다!” 

“그래요? 선생님들이셨구나.” 

“네!”     


구세군 같은 세 명은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며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고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작업 속도는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아온 꿀 같은 휴식시간, 강하리의 눈에 들어온 주전부리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자신 옆에 서 있던 이정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신호를 보낸다.      


“툭툭... 저기.. 저거...” 

“응? 뭘요?” 

“에이... 저기 빵 좀 봐봐.” 

“......”      


쉬는 시간 사람들에게 나눠줄 주전부리에 이미 넋을 잃은 강하리의 시선에는 오직 비닐봉지 안에 담긴 초코우유와 크림빵만 보일 뿐이다. 강력한 식욕으로 강하리의 이성은 지배당하고 말았다.     


“누나, 드시고 싶으면 가져다 드세요.” 

“에이~ 눈치 보이게 내가 먼저 집어올 수 없잖아.” 

“그럼 어떻게 해요?” 

“가져와~ 가져와~” 

“식욕이 아니라 식탐 같아...”      


움직이기 귀찮은 이정도가 강하리에게 툭 던진 말 한마디는 오히려 강하리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쓰읍... 너 진짜 혼날래? 누나한테 말하는 게 잘 못됐잖아!”      


투닥이던 둘을 멀리서 지켜보던 지성인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리가 갈망하던 초코우유와 크림빵을 집어 들고 그들 앞에 무심한 척 내려놓는다.      


“툭~” 

“사람도 많은데... 창피하게 뭐 하는 거야?”      


지성인의 행동을 확인한 강하리가 감동의 눈빛으로 지성인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오, 역시 내 친구!” 

“형, 내 꺼는?” 

“......”     


이정도의 물음에 지성인은 자신이 먹으려고 했던 초코우유와 크림빵을 이정인에게 건네며 우걱우걱 크림빵을 먹고 있는 강하리에게 말한다.     


“센터장님, 센터장님이 자꾸 이런 심부름이나 시키니까 막내가 빠져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잖아요.”     

지성인의 말에 맞는 말이라며 무언의 대답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강하리.     


“끄덕끄덕.... 우걱우걱...”     


그런 강하리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성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봉사단 중 한 사람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네는데...     


“안녕하세요. 이곳 봉사단 단장 ‘허참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마을에 있는 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허참내 단장은 이곳 마을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던 터라, 들어보지 못한 센터의 정체가 궁금했다.     


“센터라고 하면? 어디 센터를 말씀하시는지...?”     


상담과 영업을 맞고 있는 지성인이 허참내 단장의 물음에 대답한다.     


“정식 사회복지시설은 아니고요, 저희가 열정으로 마을에 봉사하고 싶어 만든... 그러니까... 음... 나눔센터... 죠.”

“나눔센터?”

“네, 뭐... 그 정도...”

“그럼, 보조금이나 지원금도 없이 무보수로 일하시는 거예요?”

“...네. 대신 열정 페이를 받고 있습니다.”

“허... 대단들 하시네.”     


※ 여기서 잠깐!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은 정부 부처별로 시설 종류를 구분하여 관리‧운영되고 있는데, 부처별로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이 있으며 보건복지부 10개 시설, 질병관리청 1개 시설, 여성가족부 7개 시설로 총 18종류 중 세부분류에 포함된 시설들이 있고 대상자별로 노인, 아동, 장애인, 영유아, 정신질환자, 노숙인, 지역주민, 기타시설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사업법’을 기반으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에 의해 시설별 특성을 고려하여 인건비와 운영비를 국비 또는 시비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허참내 단장은 젊은 친구들의 패기와 도전정신을 높게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비용일지라도 일정 부분 지원을 통해 활동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요즘,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자발적인 봉사정신을 펼치는 이들이 대견스러웠다. 그러던 중 빵을 어느 정도 먹은 강하리가 허참내 단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곳에 사시는 할머님은 혼자 되신지 오래되셨나 봐요?”

“여기 봉순 댁은 오래도 혼자 살았죠. 그런데, 봉순 댁에 오늘 연탄봉사가 있는 건 어찌 아시고 오셨어요?”


강하리의 질문에 오히려 질문을 더하는 허참내 단장의 물음에 지성인이 자신들이 근무하는 센터 명함을 꺼내 들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답한다.     


“마을 초입에 있는 사거리에서 저희는 이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자 작은 재능나눔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오늘 이곳 연탄봉사 활동은 할머님이 도움을 요청하셔서 오게 되었고요.”

“아, 그랬군. 봉순 댁이 전화를 했군요.”     


의문이 풀린 허참내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성인이 건넨 작은 명함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허참내 단장도 서둘러 자신의 옷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자신의 명함을 꺼내 지성인에게 내민다.     


“우리 ‘기막힌봉사단’은 이 마을에서만 활동하는 단체예요. 앞으로 저희와 함께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네요.”

“언제든 불러만 주시면 위풍당당 달려가겠습니다!”

“고맙네요. 하하하.”     


허참내 단장의 호탕한 웃음에 부드러워진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옆에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정도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단장님, 봉순 댁 할머님은 어떤 분이세요? 연탄봉사하고 있는데 정작 그분은 보이시지 않는 것 같던데요.”     


이정도의 질문에 허참내 단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낸다.          


“쯧쯧쯧... 봉순 댁이 열아홉 살이던 해에 이 마을로 시집왔어요. 남편은 지방에서 혼자 소를 키워 팔면서 근근이 생활했는데, 슬하에 딸 하나만 낳고 남편이 소에 치여 무지개다리를 먼저 건너고 말았죠.”

“이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위풍당당 세 명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허참내 단장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결혼하고 한 4~5년 지나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봉순 댁 배속에 아이가 있었던 거죠.”

“그럼 봉순 댁 할머님은 한가족이고... 딸은 유복자군요.”

“네. 맞아요. 아비 없이 태어났으니 유복자죠.”          


지성인은 허참내 단장의 말을 듣다가 한부모가족지원제도가 있기에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이렇게 어렵게 사는 이유를 묻자 허참내 단장이 대답한다.          


“봉순 댁 나이가 올해 일흔 살이 넘었고, 한창 애를 키울 때는 그런 법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조차 몰랐기 때문에 힘들게 키웠어요.”     

“딸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봉순이가... 올해 마흔여섯 살이 넘었던가?”

“아, 봉순 댁 할머님 따님도 나이가 많으시군요.”

“그런데... 딸에게 사연이 있어요.”

“사연이요?”     


※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전쟁미망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모자보호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했으나 법령의 부재로 정책지원이 제한적이었으나, 1989년 4월 ‘모자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모자(母子)가정에 각종 지원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아빠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의 지원은 미비하거나 혹은 없었다는 점을 들어 1995년 법 개정을 통해 부자(父子)가정도 지원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여러 개정을 통해 아동양육비를 지급하였고, 2007년 모자복지법이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개정되며 모자가정 또는 부자가정 외에 조손가정까지 지원대상이 확대되었다.     


허참내 단장이 봉순 댁 할머니 딸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려던 찰라,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이제 그만 쉬고, 작업 다시 시작!”

“네!”     


봉사단원들은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검정 연탄을 싣고 온 화물차의 짐칸이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었다. 허참내 단장은 다음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자며 자리를 떠났고 위풍당당 세 명은 봉순 댁 할머니에 대한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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